중국이 7일 고강도 '제로 코로나(칭링)' 방역 정책의 상당 부분을 느닷없이 폐기한 후 감염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발표되자, 정부 통계를 믿지 못하겠다는 불신이 팽배해졌다. 정부 발표 수치가 실제 상황과 심각하게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감염자 수가 감소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핵산 검사 의무가 거의 사라져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는 사람 수 자체가 적어진 이유가 가장 크다. 공식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는 감염자가 급증한 것으로 추정되는 데도, 당국이 왜곡된 수치를 타당한 설명 없이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정부가 독감 유행철인 겨울에 방역을 완화하면서 코로나 감염 대유행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발표에 따르면, 새로운 방역 완화 10개 조치가 발표되기 하루 전인 6일(0~24시) 중국 신규 감염자 수는 2만5115명(확진자 4351명+무증상 감염자 2만764명)이었다. 7일 오후 새 방역 정책이 발표된 후 8일(0~24시) 하루 신규 감염자 수는 1만6592명(확진자 3588명+무증상 감염자 1만3004명)으로 34% 감소했다.
중국 수도 베이징의 추가 감염자 수는 2000 명 대로 뚝 떨어졌다. 베이징시 발표에 따르면, 베이징 신규 감염자 수는 6일(0~24시) 3974명(확진자 1170명+무증상 감염자 2804명)에서 8일(0~24시) 2673명(확진자 1185명+무증상 감염자 1488명)으로 32% 감소했다. 일일 신규 감염자 수 최고치를 찍었던 11월 30일 5043명(확진자 1023명+무증상 감염자 4020명) 대비로는 47% 줄었다.
중국 정부는 2019년 말부터 3년간 유지한 '제로 코로나' 방역 통제 조치를 대거 폐지하는 새로운 방역 최적화 10개 조항을 7일 오후 발표했다. 일상 생활과 경제 활동을 마비시킨 봉쇄·격리·이동 제한·검사 조치를 대거 없앴다. 무증상 감염자나 경증 감염자는 격리 시설이 아니라 집에서 격리하며 스스로 치료할 수 있게 했다. 최소 사흘에 한 번씩은 해야 했던 코로나 핵산 검사 의무와 빈도도 축소했다. 베이징에선 공공장소 입장이나 대중교통 탑승, 회사 출근 때는 코로나 검사 음성 증명을 확인하지 않고, 식당에 들어갈 때만 48시간 안에 발급된 코로나 음성 증명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검사소나 병원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을 필요성이 크게 줄었다. 또 항원 자가검사 키트를 이용해 스스로 검사를 해 양성이 나오더라도 집에서 자체 치료를 하기 때문에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감염자 수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충분한 대비 없이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위드 코로나'로 갑자기 방역 태세를 전환하면서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이미 약국엔 치료제와 해열제, 자가검사 키트 등이 품절됐고 병원은 발열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엔 검사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불만이 속출했다. 중국에선 그동안 10명의 검체를 검사 용기 하나에 넣어 혼합 검사를 했다. 여기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이 10명을 추적해 개별적으로 추가 검사를 했으나, 지금은 추가 검사도 멈춘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열악한 의료 시스템 현실을 고려할 때, 의료 대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공산당 산하 민족주의 매체 환구시보(글로벌 타임스) 총편집인을 지낸 후시진도 정부가 발표한 통계 수치를 믿을 수 없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8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중국 신규 감염자 수가 5일(0~24시) 2만7847명(확진자 4988명+무증상 감염자 2만2859명)에서 7일(0~24시) 2만1165명(확진자 4031명+무증상 감염자 1만7134명)으로 오히려 줄었다며, "이 숫자는 내가 직접 관찰한 상황과 인터넷상의 믿을 수 있는 정보와 모순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나는 이 숫자가 진실이라고 믿지 않으며, 또한 아무도 이것의 진실성을 믿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 주변에 이미 형성된 감염자의 밀도와 계속 빠른 증가 기세로 볼 때, 베이징시의 현재 하루 신규 감염자 수는 이미 올봄 상하이의 하루 신규 감염자 수 최고치를 넘어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베이징에서만 현재 하루 신규 증가 감염자 수가 위건위가 발표한 전국 2만여 명을 이미 넘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
후시진은 언론인으로서 쌓아온 영향력 때문에 중국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린다. 중국 정부의 정책과 입장을 옹호해 온 인물조차 정부 발표 수치가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그는 "각지에서 진실 상황에서 벗어난 계산 방식에 따라 현지 감염 수치를 보고하고 있다"며 "위건위가 전국 수치가 엄중하게 왜곡된 걸 몰랐을까?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통계 수치는 진실돼야 한다"며 "심각하게 왜곡된 수치가 공식 채널을 통해 아무런 설명 없이 대중에 알려지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모두가 전염병 확산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 달 중순 춘제(중국 설) 연휴에 중국 인구 대이동이 예상되는 만큼, 단기적으로 감염자가 폭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그동안 제한했던 도시간 이동 통제도 없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