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의 경영진이 최근 미국 워싱턴 정가에 천문학적인 정치후원금을 뿌린 것으로 나타났다.
FTX의 창업자인 샘 뱅크먼-프리드 전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FTX 임원들은 최근 18개월 동안 각종 선거에 총 7210만달러(약 968억원) 이상을 기부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 시각) 선거 기부금 흐름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책임정치센터(CRP)를 인용해 보도했다.
7210만달러에 이르는 FTX의 정치자금 후원은 같은 기간 전체 암호화폐 업계의 정치 후원금 7300만달러의 거의 대부분이다. FTX로 인해 암호화폐 산업은 방위 산업과 자동차 산업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선거자금을 기부한 셈이 됐다.
특히 뱅크먼-프리드 전 CEO는 이번 중간선거에 앞서 정치인들 또는 정치인들과 연계된 정치활동위원회(PAC)들에 3990만달러(약 535억9000만원)를 후원했는데, 이 돈은 대부분 민주당 정치인이나 진보 단체들에 흘러 들어갔다고 CRP는 전했다.
반대로 FTX 고위 임원인 라이언 살라메는 2300만달러(약 308억9000만원)를 대부분 공화당과 보수 단체에 후원했다. CRP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조지 소로스 다음으로 민주당에 가장 많은 돈을 뿌린 2위 후원자에 올랐고, 살라메는 공화당 후원자 중 11위에 랭크됐다.
뱅크먼-프리드는 또 다른 FTX 임원 니샤드 싱과 함께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연계된 PAC에 300만달러를,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장과 연계된 PAC에는 단독으로 600만달러를 각각 기부하기도 했다.
살라메는 공화당 후보들을 돕는 단체 '아메리칸드림 연방 행동 펀드'에 1500만달러를 지원했고 미치 매코널(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연계된 PAC(250만달러)와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와 연계된 PAC(200만달러)에도 기부했다.
뱅크먼-프리드는 또 친(親)암호화폐 후보를 지원하는 '우리 미래를 지켜라'라는 정치단체에 2700만달러를 쾌척했고, FTX에 유리한 법을 발의한 상원 농업위원회 위원장과 공화당 간사 등에게도 개인 후원금 최고 한도인 5800달러를 각각 기부했다.
FTX의 선거 기부금을 받은 톰 엠머(공화·미네소타) 하원의원은 FTX 사태와 관련해 "세부 내용이 확인될 때까지 판단을 유보할 것"이라면서 뱅크먼-프리드를 "매우 호감 가는 젊은이"라고 묘사했다고 WSJ은 전했다. 그러나 뱅크먼-프리드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다른 대부분의 현역 의원들은 그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했거나 곧 기부할 방침이라며 거리두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