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 이후 주춤했던 화웨이가 아프리카 지역의 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에 뛰어들며 신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다수의 국가에서 대형 계약을 잇달아 수주한 화웨이는 아프리카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거대 통신업체인 화웨이 테크놀로지는 방콕에서 열린 5G 서밋에서 아프리카에서의 5G 디지털 전환을 위한 투자를 더욱 늘리겠다고 밝힘. 벤저민 후 화웨이 아프리카 북부사업부 사장은 이번 행사에서 “세계 5G 시장의 제3의 물결로 아프리카가 2023년 5G 시대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선전에 위치한 화웨이 본사. /AFP 연합뉴스

앞서 화웨이는 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강력한 제재로 난관에 봉착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화웨이의 장비가 중국군의 감시망에 활용되고 있다는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해당 장비의 사용을 규제했다. 이어 영국과 유럽 다수 국가들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사실상 시장 퇴출의 수순을 밟았다.

SCMP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중국 통신업체 차이나유니콤(China Unicom)과 퍼시픽네트웍스(Pacific Networks Corp)를 미국 국가안보의 위협으로 지목했으며, 조만간 공식 금지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아프리카 지역은 예외였다. 다른 서구권 국가들보다 미국의 영향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아프리카는 화웨이의 새로운 타깃이 됐다. 여기에 미국의 제재 이전부터 아프리카 전역에 화웨이의 ICT 인프라를 구축되기 시작한 상황이기도 했다.

실제 미국의 제재 이후 화웨이는 아프리카 지역 주요 이통사와 굵직한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추세다.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 통신사 레인은 단독모드(SA) 방식의 첫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도입하며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 장비를 채택했다.

케냐 최대 이통사 사파리컴 역시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외에도 이집트, 나이지리아, 우간다, 세네갈, 모로코 등 아프리카 주요 국가가 5G 도입을 진행 중이거나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미국 정부가 5G 망 구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아프리카 국가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조지프 무케루 케냐 정보통신부 장관은 “기술 문제에 관한 정책은 미국의 정책에 좌우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우리에게 최선의 것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5G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선택할 것을 시사하며 “우리는 5G를 원하고, 우리는 어디서 5G를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성 문제로 아프리카 국가가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화웨이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 국내 이통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아프리카는 저비용을 다른 어떤 요소보다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며 “기존 ICT망을 걷어내고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만큼 화웨이의 장비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