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월 6일 뉴욕주포킵에 있는 IBM 퀀텀연구센터를 방문해양자 컴퓨터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

"퀀텀(quantum·量子) 컴퓨팅은 모든 것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에 모두 중요한 필수 기술로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 손톱만큼 작은 반도체다."

10월 6일(이하 현지시각) 뉴욕주 포킵의 IBM 퀀텀연구센터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다. 같은 날 IBM은 향후 10년간 미국 뉴욕에 총 200억달러(약 29조14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IBM은 이번 투자에 대해 반도체, 컴퓨터, 인공지능(AI)과 양자 컴퓨터에서 새로운 발견과 기회를 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킵은 IBM의 첫 번째 양자 컴퓨팅 센터 본거지로, 양자 컴퓨팅 개발의 글로벌 허브를 목표로 한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IBM의 AI 및 양자 컴퓨터 시설을 시찰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 반도체 육성법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며 "공급망은 미국에서 시작해 미국에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지난 8월 서명한 '반도체 산업 육성법(CHIPS)' 이후 미국 내 반도체 대규모 투자 결정이 발표되고 있다며 상세히 소개했다.

IBM의 투자 발표에 앞서 10월 4일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은 향후 20년간 총 1000억달러(약 145조7000억원)를 투자해 뉴욕주 북부 클레이에 대형 공장을 짓기로 했다. 2025년 가동을 목표로 하며, 2030년까지 2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전망이다.

인텔은 9월에 200억달러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고, 글로벌파운드리와 퀄컴도 40억달러(약 5조8200억원) 규모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방안을 내놓았다.

바이든은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법안 CHIPS에 이어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조치도 내놓았다.

CHIPS는 미국 반도체 산업에 520억달러(약 75조7600억원)를 투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세부적으로는 △미국 내 반도체 시설 건립 지원(390억달러) △연구 및 인력 개발(110억달러) △국방 관련 반도체 칩 제조(20억달러) 등이 포함된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세액 공제(25%) 혜택도 제공한다.

이어 미국 상무부는 10월 7일 고성능 AI 학습용 반도체와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특정 반도체 칩을 중국에 수출할 경우 허가받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 기업이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로직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할 경우에도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관련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셈이다.

테아 로즈먼 켄들러 미 상무부 수출 관리 담당 차관보는 "중국은 슈퍼컴퓨터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자원을 쏟아붓고 있으며, 2030년까지 AI 분야에서 세계 리더가 되려고 한다"며 "우리 조치는 미국의 기술 리더십이 혁신과 가치에 대한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면서 미국의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결 포인트 1

美 칼날 韓 영향은…삼성·SK 中 공장엔 제재 1년 유예

삼성·SK하이닉스 중국 내 반도체 공장 현황.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강화에 관련 한국 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 역시 중국에서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이번 규제에서 중국에 공장을 둔 외국 기업에 대한 수출은 사안별 심사로 허가받도록 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상 기업에 포함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 플래시 공장을 두고 있고, SK하이닉스는 다롄과 우시에 각각 낸드플래시와 D램 공장을 가동 중이다.

미 상무부는 중국 내 생산 시설을 외국 기업이 소유한 경우 개별 심사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은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공장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해 별도의 예외적 허가 절차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이번 규제에 따른 큰 파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공식 입장을 내고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미국으로부터 개별 허가(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서류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고, 삼성전자 관계자도 "정부가 그동안 반도체 업계와 긴밀히 협의해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 측과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조치를 1년간 유예한다는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앞으로 1년간 건별 심사를 받지 않고도 중국 내 공장에 장비를 수출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점유율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반도체 산업의 정치화가 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연결 포인트 2

中 "과학 기술 무기화" 반발…화웨이, 반도체 직접 생산

화웨이 CI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 강화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개별 중국 기업이 아닌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미국의 제재 발표 직후 류펑위(劉鵬宇)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미국의 행동은 순전한 과학 기술 패권주의"라며 "미국은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막기 위해 기술력을 사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외교부도 "미국은 과학 기술과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 도구화, 무기화하지만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며, 자기 봉쇄이자 자해일 뿐"이라며 "이런 수법은 공정한 경쟁의 원칙에 위배되고, 국제 경제·무역 규칙을 위반하는 것으로 중국 기업의 정당한 권익을 해칠 뿐 아니라 미국 기업의 권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 과학 기술 패권주의의 가장 적나라한 폭로, 국제 무역 규칙에 대한 가장 야만적인 위반"이라고 전했다.

실제 미국 제재에 첨단 반도체 확보가 어려워진 중국 IT 기업 화웨이는 반도체 직접 생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0월 6일 블룸버그는 펑신웨이IC제조(PXW)라는 신생 기업이 중국 선전 화웨이 본사 근처에 반도체 제조 설비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전했다. PXW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로, 화웨이 출신 임원이 세웠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생산에 나서 제품 대부분을 화웨이에 공급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를 통해 화웨이는 미국 규제를 우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