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0월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식 도중 진행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EPA 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임자인 후진타오(79) 전 국가주석이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식 도중 갑자기 퇴장했다. 수행원에 이끌려 억지로 끌려나가는 듯한 모습에 그의 퇴장을 두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후 전 주석은 이날 폐막식에서 시 주석 왼쪽 옆자리에 앉아 있다가 오전 11시(중국 시각) 15분쯤 수행원에게 이끌려 회의장을 떠났다. 그는 수행원이 자리에서 일으키려 하자 짜증이 난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고,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도 미적거렸다.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듯, 한동안 움직이지 않기도 했다. 후 전 주석은 옆의 시 주석에게 몇 마디를 건넸고, 나가면서 시 주석의 오른쪽에 앉아 있던 리커창 총리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고 떠났다. 후 전 주석의 왼쪽에 앉아 있던 서열 3위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후 전 주석의 서류철을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리잔수 위원장은 후 전 주석을 돕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옆자리의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에게 등을 맞고 관두는 모습도 포착됐다. 왕후닝은 시 주석 3기 최고 지도부에도 들어갔지만, 리잔수는 은퇴가 결정됐다.

이날 폐막식은 오전 9시부터 비공개로 열렸다. 당 중앙위원, 중앙기율검사위원 선출 투표가 끝난 후 오전 11시쯤 외신 취재진이 인민대회당 2층에 입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후 전 주석이 강제 퇴장 당하는 듯한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시 주석의 지위를 강화한 당장(당 헌법) 개정안을 거수로 표결하기 직전이었다.

후 전 주석이 폐막식 도중 먼저 자리를 뜬 이유에 대해 외국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선 추측이 무성했다. 건강상 문제로 자리를 끝까지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과 거수 표결 때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하도록 강제로 끌고나간 것이란 해석 등이 함께 나왔다. 사전에 준비된 시나리오라면, 어떤 의도로 이런 장면을 외신에 보여준 것인지를 두고도 온갖 추측이 나왔다.

후 전 주석은 앞서 16일 당 대회 개막식에도 참석했다. 왼쪽 가슴에 단 명찰 사진은 젊은 시절 모습이었으나, 개막식과 폐막식엔 백발에 수척해진 모습으로 등장했다. 개막식 땐 시 주석이 후 전 주석의 팔을 잡으며 부축하기도 했다. 후 전 주석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0월 2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식 도중 진행요원의 부축을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AP 연합

후 전 주석 퇴장은 시 주석의 경쟁 계파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제거와 맞물려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후 전 주석은 2012년 10월 당 대회에서 10년간 맡은 주석직을 시 주석에게 넘기고 퇴임했다. 후 전 주석은 공청단 출신이다. 공청단은 시 주석 등 공산 혁명 원로의 후손이 주축인 태자당,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계파인 상하이방과 함께 중국 3대 정파로 꼽힌다. 시 주석은 지난 10년간 상하이방과 공청단 주요 인사를 숙청하며 권력을 장악했다.

시진핑 집권 3기를 연 이번 당 대회에서 2기 최고 지도부(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7명 중 공청단 출신인 서열 2위 리커창(67) 국무원 총리와 서열 4위 왕양(67)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이 물러났다. 리커창 총리와 왕양 주석은 시진핑 2기 최고 지도부에서 개혁, 개방 성향을 보이며, 시 주석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올해 67세인 두 사람은 지도부 칠상팔하(67세 잔류, 68세 이상 은퇴) 관례에 따른다면 최고 지도부에 남을 수 있었지만 퇴출당했다. 후 전 주석이 격대지정(물러나는 최고 지도자가 차차기 후계자를 지정하는 것) 전통에 따라 시 주석의 후계자로 밀었던 공청단 출신 후춘화 부총리는 시진핑 3기 정치국(24명)에 들지 못하며 권력 중심에서 완전히 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