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물리학은 물리학계에서 오랫 동안 비주류 취급을 받아 왔다. 아인슈타인마저도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죽을 때까지 양자 물리학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양자를 이용한 기술은 그 사이에도 차근차근 진화 과정을 밟아왔다. 양자 컴퓨터가 최근 수년간 괄목할 만큼 발전을 거듭했고, 양자 통신과 양자 센싱 등 일상적으로 사용 빈도가 높은 양자 기술 역시 상용화 단계까지 성장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도 양자 얽힘 현상을 현실에서 증명한 세 명의 물리학자들에게 돌아갔다. 향후 미래 산업계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양자의 시대가 이제 막을 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조선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양자의 개념이 무엇이고, 양자가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알아봤다.

[편집자 주]

칼 와드 AWS 아시아·태평양·일본공공 부문 솔루션스 아키텍처 총괄 케임브리지대 이론물리학 석사, 전 액센추어(Accenture) 아시아·태평양 기술 매니징 디렉터,전 액센추어그룹 최고기술책임자(GTO) 사진 AWS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019년 12월 양자 컴퓨팅 기술 개발을 위한 3대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과학자·연구자·개발자들이 양자 하드웨어 제공 업체의 컴퓨터를 한곳에서 실험할 수 있는 완전 관리형 서비스 ‘아마존 브라켓(Amazon Braket)’을 출시하고, 캘리포니아 공대 등 연구기관과 협력해 최신 양자 컴퓨팅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AWS 양자 컴퓨팅 센터를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또 아마존 양자 컴퓨팅 전문가, 관련 기술·컨설팅 파트너, 기업들과 연계해 양자 애플리케이션(앱·app)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아마존 양자 솔루션 랩(Amazon Quantum Solutions Lab)도 운영하기로 했다. 구글·인텔·IBM 등 양자 컴퓨터 선두 기업의 뒤를 이어 ‘차세대 먹거리’인 양자 기술 분야에 뛰어들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칼 와드(Carl Ward) AWS 아시아·태평양·일본 공공 부문 솔루션스 아키텍처 총괄은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이제 각 기업도 양자 기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양자 혁명에 동참할 때”라고 밝혔다.

AWS의 희석 냉동 과정. 현재 양자 컴퓨터는 영하 270도의 극저온 환경에서만 작동한다. 사진 AWS

양자 컴퓨팅 센터의 진행 현황과 업무에 대해 소개해 달라.

”AWS 양자 컴퓨팅 센터는 작년 10월에 개소했다. 양자 컴퓨터 관련 활동을 전담하며, 양자 연구진을 위한 업무 공간을 비롯해 양자 장치를 설계·구동할 수 있는 특수 툴(tool)과 과학적 장비를 갖춘 실험실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 AWS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학계와 협력해 양자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WS는 2020년 8월에 아마존 브라켓을 일반 고객 대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아마존 브라켓은 어떤 용도로 쓰일 수 있나.

”아마존 브라켓은 AWS의 관리형 양자 컴퓨팅 서비스로서 연구자와 개발자가 다양한 양자 하드웨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것이 특별한 이유는 다양한 유형의 양자 하드웨어를 실험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즉, 하나의 벤더(vendor·판매 회사)에 제약받지 않고 AWS 생태계의 폭넓은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또 개발자들은 양자 컴퓨터에서 앱을 구동하기 전에 아마존 브라켓을 통한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전통적 컴퓨팅 환경에서 작업을 테스트할 수 있다.”

AWS의 양자 컴퓨팅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 사례가 있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나.

”양자 컴퓨팅은 앞으로 과학·기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우리는 그 잠재력을 이제 막 이해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진행 중인 양자 컴퓨터 관련 연구는 주로 양자 컴퓨터 그 자체를 보다 잘 이해하고, 앞으로 더욱 강력한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선 과학자들끼리 적극적으로 협력·연계할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AWS는 기초물리학 등에서 양자의 잠재적 활용법을 발굴하기 위해 작년 이탈리아 국립핵물리연구소(INFN)와 협력 관계를 맺고 이탈리아 전역 약 26개 대학과 INFN 연구진을 대상으로 아마존 브라켓의 양자 컴퓨팅 역량을 제공하고 있다. 또 양자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하버드대와 연구 협약도 맺은 바 있다.

지금도 일부 스타트업들은 아마존 브라켓을 사용해 양자 컴퓨팅 기술에 기반한 미래의 니즈(needs)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예를 들어 일본 보험 회사 ‘아이오이 닛세이(Aioi Nissay)’는 앞으로 머신러닝과 양자 컴퓨팅 기술을 접목해 리스크 분석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데, 아마존 브라켓을 활용해 이를 위한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양자 컴퓨팅 솔루션을 발굴하는 BMW그룹 양자 컴퓨팅 챌린지(BMW Group Quantum Computing Challenge)도 AWS와 협력해 자동차 공학, 제조·물류 분야에서 양자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해결할 수 있는 사례들을 찾아내고 있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서부터 엔터프라이즈 기업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70개 이상 팀이 이 챌린지에 참가했다.”

양자 컴퓨터가 실용화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아직 양자 컴퓨팅 연구는 극초기 단계다. 따라서 AWS는 양자의 미래를 탐색하는 방식에 있어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떤 접근법이 표준이 될지 판단하기도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우리는 양자 어닐러(quamtum annealer)에서부터 게이트 기반 이온 트랩 프로세서, 초전도 프로세서, 광(光) 양자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될 수 있는 한 폭넓은 접근 방식을 제공하고자 한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의 전통적 컴퓨터와는 매우 다르고, 양자 기술과 관련한 몇 가지 어려운 과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적인 집중과 연구가 필수다. 지금은 각 조직과 기업이 양자 기술이 제공하는 기회를 이해하고, 양자 컴퓨터 가치가 상용 지원이 가능할 정도로 확장됐을 때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양자 컴퓨터가 실용화되면 클라우드 서비스와 암호 산업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클라우드 서비스부터 말하자면, 양자 컴퓨터는 클라우드를 통해 접근 가능한 기타 컴퓨팅 리소스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를 강화하는 쪽으로 발달할 것이다. 암호화 부분에선 양자내성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양자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 그에 따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채택한 암호 알고리즘)를 채택해 정보 보안에서 일대 프로토콜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본다.”

일부 암호 보안 전문가들은 양자 컴퓨터가 실용화되면 기존의 모든 암호가 무력화되는 양자 종말(quantum apocalypse)을 우려하기도 한다. AWS는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

”AWS는 미래 예측을 바탕으로 보안에 대해 장기적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다. AWS의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은 유연하고 보안이 강력하다. 우리의 핵심 인프라는 군사, 전 세계은행 및 기타 가장 까다로운 보안 요건이 필요한 곳의 보안 수요를 충족하도록 구축됐다. 그 덕분에 AWS는 여타 기업보다 보안 관리·대책에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 양자내성암호 역시 고객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활발히 투자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2024년까지 포스트 양자 시대를 대비한 준비를 마쳐 고객들이 이를 실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앞으로 도래할 양자 시대에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앞으로 비즈니스가 양자 컴퓨터의 영향을 받을지 여부와 그 시기를 정확히 평가하고, 양자 분야에서 혁신이 더 빨리 진행되도록 지원해 그 미래를 앞당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양자 컴퓨터에 대한 이해 부족이 해결해야 할 도전 과제다. 이는 아마도 긴 여정이 될 것이다. 이미 양자 컴퓨터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조직이라면, 앞으로도 지금처럼 (관심을) 이어 나가면 된다. 그렇지 않은 조직이라면 늦지 않게 시작하되, 최고기술책임자(CTO)든 엔지니어든 누군가 적합한 구성원을 정해 양자 컴퓨터가 앞으로 조직에 어떤 역할을 하고, 양자 혁신으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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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어닐러(quantum annealer)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와 연산 회로를 구현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아날로그 방식과 게이트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아날로그 방식 양자 컴퓨터 중 양자 어닐러는 양자가 가장 안정적인 에너지 상태를 찾아가는 현상을 관측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차량 흐름 분석, 최소 이동 거리 찾기처럼 최적화된 답을 찾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아날로그 방식 양자 컴퓨터는 게이트 방식에 비해 양자 오류가 일어날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풀려고 하는 문제의 규모가 커질수록 올바른 답을 구할 확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게이트 방식의 양자 컴퓨터는 유니버설 게이트(universal gate)를 이용한 양자 회로를 구성해 양자 연산과 알고리즘을 수행한다. 양자 컴퓨터의 최종 기술로 간주되지만, 오류에 취약한 편이다. IBM이 개발 중인 IBM Q퀀텀 프로세서가 대표적인 게이트 방식 양자 컴퓨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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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세상을 뒤바꿀 양자 기술

①미래 ‘게임 체인저’ 양자 기술, 패권 경쟁 속으로

②아스페·클라우저·차일링거,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

③[Infographic] 양자 기술 혁명이 온다

Part 2. 양자 기술 기업들

④[Interview] 티머시 코스타 엔비디아 HPC 및 양자 컴퓨팅 제품 리드

⑤[Interview] 백한희 IBM 왓슨연구소 연구원

⑥[Interview] 칼 와드 아마존웹서비스(AWS) 아시아·태평양·일본 공공 부문 솔루션스 아키텍처 총괄

⑦[Interview] 하민용 SK텔레콤 CDO

Part 3. 전문가 제언

⑧[Interview] 한상욱 KIST 양자정보연구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