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인 미국의 로봇 제조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6일(현지 시각) 홈페이지에 게재한 성명을 통해 첨단 로봇을 무기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성명에는 어질리티 로보틱스, ANY보틱스, 클리어패스 로보틱스, 오픈 로보틱스, 유니트리 등 5개 로봇 제조 업체가 동참했다.

현대차가 인수한 미국 스타트업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만든 로봇 개 ‘스폿’. /보스턴 다이내믹스 제공

이들은 ‘로봇 업계와 우리 커뮤니티에 보내는 공개서한(An Open Letter to the Robotics Industry and our Communities)’이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첨단 모빌리티 기능을 갖춘 범용 로봇과 관련 소프트웨어를 무기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로봇을 주문한 고객에게도 해당 제품을 무기화하지 않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업체는 “원격·자율 작동 로봇에 무기를 추가하는 것은 주거지와 일터에서 새로운 위험과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일으킨다”며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위협하거나 해를 끼치기 위해 무기화된 로봇을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는 국가와 정부 기관이 자기방어와 법 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기존 로봇 기술을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정책 입안자들이 로봇의 안전한 사용을 촉진하고 오용을 막기 위해 우리와 함께 일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이번 성명에 대해 많은 이들이 바라던 내용을 담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정보기술(IT) 전문매체 기즈모도는 성명을 발표한 로봇 업체들 외에 다른 곳에서 이 선언이 실효성을 가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인간을 닮은 로봇인 ‘휴머노이드’와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함께 ‘킬러 로봇’으로 불리는 ‘자율살상무기(LAWS·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 도입을 둘러싼 논란도 커졌다. 킬러 로봇은 공상과학(SF) 영화 속 ‘터미네이터’의 또 다른 이름이다. 국제인권감시기구(HRW)는 2012년 킬러 로봇을 ‘인간의 개입 없이 공격하는 무기’로 규정했다.

킬러 로봇의 범위를 휴머노이드로 한정하면 아직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비싼 가격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AI를 접목한 ‘살상용 기계’로 범위를 넓히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름이 3cm도 채 안 되는 초소형 드론(무인항공기)도 인명 살상용 무기로 둔갑시킬 수 있는 기술이 이미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적 AI 권위자인 스튜어트 러셀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 버클리) 교수는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킬러 로봇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몇 백만달러(수십억원) 정도 자금이 있으면 도시 하나 정도는 날려버릴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한 바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분사해 설립됐다.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 ‘아틀라스’ 등을 개발해 주목을 받은 기업이다. 2020년 3월에는 창고·물류 시설에 특화된 로봇 ‘스트레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완료한 현대차 그룹은 로봇공학 분야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의 전략적 전환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