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부의 핵 장비를 전담하는 부서의 열차가 우크라이나 국경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이 지난 주말 사이 러시아 중부 지역에서 포착됐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러시아군 소속 핵잠수함 두 대가 무르만스크주 가지예보 항구에 나란히 정박해 있는 모습.

폴란드의 국방 전문 분석가인 콘라트 무시카는 더타임스에 이 열차가 러시아 국방부에서 핵 장비의 유지·관리, 수송, 부대 배치를 담당하는 제12총국과 연계돼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한 고위 소식통은 더타임스에 푸틴이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에서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 사용 의지를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움직임이 러시아의 무력시위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 있지만, 푸틴이 실제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술핵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전망했다.

북극해에서 러시아의 핵 실험 준비 징후도 보인다. 더타임스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회원국과 동맹국들에 러시아가 ‘종말의 무기’로 불리는 핵 탑재 어뢰 ‘포세이돈’을 실험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첩보 보고서를 보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 매체 라레푸블리카는 포세이돈을 탑재한 러시아 잠수함 K-329 벨고로드가 북극해 카라해 지역을 향해 출항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핵무기 전문가인 앤드루 퍼터 레스터대 교수는 해당 핵잠수함이 단순한 수송 수단 아니라 다양한 전술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제12총국 열차는 서방 국가들에게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개입을 멈추라는 러시아의 경고라고 해석했다.

서방 관료들과 분석가들도 러시아가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영국 비정부기구 전략지정학위원회의 제임스 로저스 연구소장은 “러시아가 현재 내리는 의사 결정의 질을 고려할 때, 어느 선택지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는 점점 더 절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점령했던 우크라이나 동부·남부 지역에서 수세에 몰렸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동부 루한스크에 이어 남부 헤르손주(州) 각지에서도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우크라이나군은 드니프로강 서쪽 두차니를 탈환하며 러시아군 보급로 차단을 위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드니프로강 서쪽에 주둔한 러시아군은 최대 2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두차니를 비롯해 졸로타 발카, 아르한겔스케, 흐레셰체니우카, 셰르첸키우카, 오소코리우카, 미하일리우카 등 러시아가 점령했던 지역도 수복했다. 동부 루한스크주에서는 최근 수복한 리만 동쪽 인근의 자리치네와 토르스케도 완전 탈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