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쓴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의 주인공인 아름다운 청년 도리안 그레이는 젊음을 유지하는 대신 자신의 초상화가 대신 나이를 먹을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바치겠다고 맹세한다. 불로장생을 꿈꾼 진시황을 비롯해 젊음을 유지하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존재했었지만, 이제껏 실현 불가능한 꿈으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최근엔 기술 발달에 힘입어 이런 꿈이 일부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늙지 않는 시대’는 얼마나 가까이 와 있고, 그를 대비하기 위해선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편집자 주]

리즈 패리시 바이오비바 최고경영자(CEO) 워싱턴대, 버킹엄셔대학 MBA, 전 재생 치료 기술 연합(regenerative technology alliance) 이사,전 RNAx Ltd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사진 리즈 패리시

“리즈 패리시(Liz Parrish)는 심각한 질병에 걸렸다. 그녀는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을 스스로 개발했다. 그녀의 병명은 ‘노화(growing old)’다.”

2018년 BBC가 ‘노화를 연기시키거나, 멈추거나, 되돌릴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뉴스의 도입부다. 뉴스에 나온 것처럼 패리시는 2015년 유전자 치료로 노화를 막는 바이오 벤처 회사 ‘바이오비바(BioViva)’를 세웠고, 이듬해 회사가 개발 중인 치료제로 치료받은 최초의 환자가 됐다. 이는 세계 최초의 생물학적 노화 방지를 위한 유전자 치료 인체 실험 사례다. 2019년 테드(TED)에서 온라인 강연을 진행한 패리시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동물 대상으로는 수도 없이 실험했다. 이 치료가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직접 인체 실험을 진행한 이유를 밝혔다.

8월 24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패리시 CEO는 나이(51)에 비해 젊어 보였다. 그는 지금도 계속 유전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부작용은 없냐는 질문에 “‘건강’의 정의가 편안한 상태(feel good)를 의미하는 거라면 난 매우 건강하다”라고 답했다.

BBC 뉴스에 등장한 리즈 패리시. 사진 BBC

노화가 질병이라고 보는가.

”노화는 단순히 피부에 주름이 지게 하는 것뿐 아니라 뇌를 위축시키고 신장 기능을 파괴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 몸은 황폐해진다. 이는 질병의 정의 요건을 충분히 충족시킨다.”

바이오비바의 유전자 치료에 대해 설명해 달라.

”우리는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개의 유전자를 연구하고 있다. 특히 집중하고 있는 유전자는 네 개다. 첫째, (말단소체복원효소인 텔로메라아제(telomerase)를 구성하는) hTERT다. 이건 우리 염색체 끝부분에 위치한 모자 모양의 텔로미어(telomere·말단 소체)를 길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텔로미어는 우리 세포가 분화하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짧아지는데, 짧아지면 노화가 진행된다. 즉, 늙지 않으려면 텔로미어 길이를 계속 길게 유지해야 한다. 최근 우리는 이 길이를 연장시켜 쥐의 수명을 41% 늘렸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쥐들은 더 건강했고, 더 젊어 보였다. 둘째, 알파 클로토(Klotho)다. 이 유전자는 노화가 야기할 수 있는 여러 해로운 영향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한다. 또한 인지 능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우리는 이 유전자를 치매 치료에도 사용하려 한다. 셋째, 운동 능력을 향상·조절하는 PCG-1 알파다. 운동을 하면 우리 몸속에서 세포 활성화를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가 늘어나는데, (PCG-1 알파를 통한) 유전자 치료도 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유전자는 폴리스타틴(Follistatin)인데, 이는 근육량을 증가시켜 나이가 들어도 넘어져 다치거나, 몸이 약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2형 당뇨 등 대사장애 치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스스로 연구개발 중인 유전자 치료를 받고 있다. 이유는.

”2015년 노화를 치료하기 위해 두 가지 유전자 치료를 받았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노화 관련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고, 그에 대한 치료책을 빨리 세상에 내놔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치료약은 10년 이상 충분히 실험을 거듭했지만, 아직도 일반 환자들은 (규제 때문에) 치료받을 수 없다. 이는 인류의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노화)를 간과하는 것이다. 그래서 직접 안전성을 보여주기로 결심했다. 내가 유전자 치료를 받은 첫 번째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2013년 아들이 1형 당뇨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소아 환자 치료법을 찾다가 노화 치료와 유전자 치료로도 소아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치료받는 이유는 아들 그리고 비슷한 병을 앓는 다른 아이들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알파 클로토와 PCG-1 유전자에 대한 연구를 새로 시작하면서 2020년에 다시 노화 치료를 받았다.”

유전자 치료의 위험성은 없나.

”모든 새로운 기술은 위험성을 내포한다. 하지만 위험 때문에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삶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

실제로 젊어졌다고 느끼나.

”더 건강하고, 몸 상태가 더 나아졌다고 느낀다. 실제로 건강 검진에서도 근육량도 늘었고, 텔로미어도 길어졌다. 현재까지는 네 개의 유전자 치료에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치료는 재생 효과(regenerative effect)가 있고,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다. 우리가 유전자 치료에서 여러 유전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하나의 유전자가 노화를 일으키지는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텔로미어 길이를 늘인다고 모든 영역에서 노화를 되돌릴 수는 없다. 정확히 말해 두겠다. 현재까지 우리는 몇 가지 영역에서만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영역에서 그것이 가능해지게 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단순히 노화를 늦추는 게 아니라 역전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연구에 장애가 있다면.

”일부 영역에서가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노화를 되돌리고자 한다면, 노화를 되돌리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 우리한테 가장 필요 없는 일은 계속 쥐를 대상으로 실험하는 것이다. 이건 시간 낭비일 뿐이다. 쥐를 더 오래 살게 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도 이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는 현재 말기 환자들이 우리가 연구하는 유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베스트 초이스 의학(Best Choice Medicine)’ 계획을 (미국) 정부에 건의하고 있는 중이다.”

언제쯤 노화 치료가 상용화될까.

”지금은 의료 관광이 가능한 사람들이 거주 국가를 벗어나 몰래 (노화 방지 유전자) 치료를 받는다. 자국의 규제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기술 발달에 비해) 규제 완화 속도는 너무 느리다. 돈 있는 사람들은 해외로 나가서 치료를 받는 반면, 돈이 없는 사람들은 치료 접근이 어렵다.”

노화를 정복한다는 것이 영생을 의미하는 건 아니지 않나.

”물론이다. 차에 치여 죽을 수도 있고, 자연재해를 겪을 수도 있다.”

노화 정복으로 인간 수명은 얼마나 늘어날 수 있다고 보나.

”현재 기술로는 80세까지 살 수 있는 사람 수명을 110세로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연구에 속도가 붙는다면 인간이 퇴화하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빨리 재생을 돕는 기술이 개발될 것이다. 15년 안에 인간 수명이 혁신적으로 길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나이 드는 것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바뀌게 될까.

”다들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우울해한다. 그건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감을 의미하니까. 하지만 노화라는 질병을 제거하게 되면 우리는 나이 듦을 매우 자랑스러워하게 될 것이다. ‘노인병’에 걸리거나, 정신이 혼미하거나, 쇠약해지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바쁘게 활동할 것이다. ‘오, 나는 늙었어. 우울해’가 아니라, ‘나는 160세야. 나는 나이가 많고, 건강하고, 현명해’라고 제 나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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