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6개월 되는 날이자, 우크라이나가 구(舊) 소련에서 독립한 지 31주년 되는 날이다. 지난 2월 24일 시작된 전쟁은 가을로 접어드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발발 당시 러시아군이 일주일 이내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점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우크라이나군과 국민이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전쟁은 끝을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영국 정부의 발표 등을 종합하면 현재까지 양국의 사상자는 1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8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셈이다. 미국은 러시아 측 사상자가 7만~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영국 등 서방은 러시아 측 사망자가 1만5000~2만명, 우크라이나는 4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 인명 피해 규모도 막대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11일 "지금까지 우리 측 사망자는 군인 1만명, 민간인 2만8500명 등 모두 3만8500명에 달한다"며 "군인 부상자가 3만명, 실종자가 7200명"이라고 밝혔다.
전쟁으로 집과 고향을 잃은 이들도 많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1일 기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군의 공격과 민간인 학살 등을 피해 고향을 등진 피란민이 1300만명 이상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전체 인구(약 4100만명)의 3분의 1 이상이 삶의 터전을 잃은 것. 국경을 넘어 해외로 피란을 간 사람도 665만명에 달했다.
국제형사경찰기구는 키이우 인근 부차와 이르핀에서는 400명 이상의 민간인이 러시아군에 처형과 암매장을 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남동부 마리우폴은 3개월이 넘는 폭격 끝에 도시의 90%가 파괴됐고, 2만2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추산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망자 수의 77%에 달한다.
킬 세계 경제 연구소와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지금까지 투입된 전쟁 비용이 양측을 합해 3100억 달러(약 414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올해 예산(604조원)의 3분의 2가 넘는 액수다. 매일 17억2000만달러(약 2조3000억원)를 전쟁터에 쏟아부은 셈이다. 러시아는 하루 9억달러(약 1조2000억원)씩 총 1600억달러를 썼고, 우크라이나는 하루 약 3.3억달러(약 4000억원)씩 총 600억달러를 쓴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미국이 500억달러, 유럽연합(EU) 국가들이 300억달러,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다른 서방 국가들이 100억달러 등 총 900억달러어치의 무기와 물자, 현금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총지출액은 1500억달러로, 러시아의 총전비(1600억달러)와 비슷한 규모다.
또 우크라이나 영토의 22%가 러시아에 점령되면서 3000개 이상의 소도시와 마을이 크고 작은 피해를 당했고, 전쟁이 당장 이 상태로 끝난다 해도 복구에 7500억달러(약 1004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지만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6월 "전쟁이 여러 해 이어지는 데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정부 내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1953년 휴전 이후 종전에 이르지 못한 한반도 같은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러시아는 지난 7월 초부터 동부와 남부 전선 모두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 한계가 드러나면서 동부 돈바스와 남부 흑해 연안 등 점령지의 수성(守城)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간이 지나면서 '완승'을 자신하던 러시아 관영 매체들 사이에서도 '러시아가 수세에 몰리고 있다'고 보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전술 변화에 우크라이나가 조급해지면서 남부 전선에서 과감한 '대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게릴라전'으로 러시아군을 조금씩 밀어내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