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최근 들어 자율주행 기술 부서 인력을 대거 감축한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의 핵심이자 업계에서도 대표적인 AI 전문가로 꼽히는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마저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를 비롯해 가상화폐, 위성인터넷 등에 관심을 쏟는 사이 자율주행차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3일(현지 시각) 미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테슬라의 AI 총책임자이며 자율주행 ‘오토파일럿’의 설계자인 카파시는 트위터를 통해 테슬라를 퇴사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테슬라에 입사한 그는 테슬라의 자율주행시스템(FSD) 개발에 혁신적인 역할을 해 왔고 FSD는 ‘모델 S’와 사이버트럭같은 전기차의 보급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여모에 위치한 테슬라의 전기차 충전소. /AFP 연합뉴스

카파시는 퇴사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최근 테슬라가 관련 부서의 인력을 대거 감축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파시는 트위터에 “지난 5년 간 테슬라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왔던 건 큰 기쁨”이라며 “(테슬라와) 결별하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그 시기 오토파일럿은 도로 차선을 지키는데 성공했다”고 자평하면서 “우수하고 강력한 오토파일럿팀이 앞으로도 그 모멘텀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응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면서도 “AI, 오픈소스, 교육 분야의 기술 업무에 대한 장기적인 열정을 다시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스탠퍼드대 출신의 카파시는 AI 연구자로, 테슬라 입사 이전부터 업계의 ‘문제적 인물’로 유명했으며 일론 머스크가 직접 나서서 테슬라로 영입해온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카파시는 테슬라에 입사하자마자 소프트웨어 2.0을 외치며 비지도학습 AI를 자율주행차 기술에 본격적으로 적용하기도 했다.

비지도학습 AI란 인간이 인공신경망에 가이드라인을 세세히 줄 필요 없이 충분한 데이터만 넣어 충분한 컴퓨팅파워로 신경망을 학습시키면, 컴퓨터가 알아서 최고의 자율주행 AI에 근접해 갈 것이라는 것, 이 과정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는 것이다. 이 기술은 현재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기술의 핵심이자 근간을 이루는 플랫폼이 됐다.

하지만 최근 이같은 핵심인재들이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오토파일럿 부문에서 엔지니어, 연구자를 포함한 230여명의 인원이 회사의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으며 카파시의 이번 퇴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머스크 CEO의 관심사에서 자율주행기술이 누락된 것 같다”며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이렇다할 점핑 포인트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불황을 이유로 이같은 대규모 인력 감축은 사실상 사업을 더 발전시킬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