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사퇴로 시작된 총리 후보 경선 명단에 최종 8명이 이름을 올렸다. 당선 유력 후보들이 보리스 존슨 내각에서 굵직굵직한 직무를 수행한 만큼 존슨 총리와 마찬가지로 시장자유주의와 친미대러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보수당은 보리스 존슨 총리의 뒤를 이을 후임을 뽑는 당 경선 후보자 등록 마감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총리에 도전장을 낸 후보는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페니 모돈트 국제통상부 부장관, 제러미 헌트 전 외무장관,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 나딤 자하위 재무장관, 톰 투겐드하트 하원 외교위원장, 수엘라 브레이버먼 잉글랜드·웨일스 법무장관, 케미 배디너크 전 평등담당 부장관이다.

'파티게이트'로 영국 보리스 존슨(왼쪽) 총리가 사임한 뒤 후임 총리를 위한 경선 후보 8명이 최종 확정됐다. 이 중 후임 총리 당선이 유력한 후보는 존슨 총리 내각의 핵심 관료였던 리시 수낙 재무장관(오른쪽)이다. /연합뉴스

차기 총리직에 도전장을 낸 후보 8명 중 7명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지지했다. 유일하게 유럽연합(EU) 잔류를 고집한 제러미 헌트 전 외무부 장관은 지난 2019년 테리사 메이 총리를 대신할 리더 콘테스트에서 보리스 존슨 다음으로 2위를 차지했다. 특히 헌트 전 장관은 이번 후보 중 거의 유일한 반(反) 보리스 존슨파인 인물이다. 외교부 장관 재임 당시 강경한 반중 정책을 표방했다. 다만 존슨 총리를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만큼 당내에서의 지지도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후임 총리로 당선이 가장 유력한 후보는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이다. 그는 강경한 대처주의자이자 시장자유주의자로, 보리스 존슨 내각의 경제를 이끌었다. 대처주의는 영국 경제를 재생시킨 마거릿 대처 총리의 경제·사회 정책을 이르는 말로, 복지 축소·규제 완화·공기업 민영화 등을 골자로 한다. 수낙 전 장관은 보리스 존슨보다는 다소 실용주의적이고 유연하고 소통하는 태도로 대중의 지지를 이끌고 있다.

수낙 전 장관 다음으로 유력한 후보는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이다. 트러스 장관은 경제·정치 문제에 있어 국제 관계를 중시하는 외교 전문가다. 보수당 내 대표적인 자유시장주의자로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반대했다가 지난 2016년 국민투표 이후 EU탈퇴로 입장을 바꿨다. 그는 당원 여론조사에서 늘 1위를 차지할 만큼 당내 지지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비슷한 이미지로 대중적인 이미지도 긍정적이다. 보리스 존슨 내각에서 국제통상부 장관을 역임했고, 브렉시트 이후에는 북아일랜드 무역 등 EU와 협상하는 일을 도맡고 있다.

이외에 페니 모돈트 국제통상부 부장관은 영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을 역임했고 국제 관계를 중시하는 외교전문가로 평가된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상황에서 빠르게 백신 접종을 이끈 나딤 자하위 재무장관도 대중의 지지도가 높다.

당초 경선 출마와 당선 가능성이 높게 거론된 사지드 자비드 전 보건장관은 막판에 출마 의사를 접었다. 자비드 전 보건장관은 성명을 통해 “우리 당에는 아이디어와 재능이 풍부한 인재들이 많다. 후보 중 한 명은 총리가 될 수 있는 영예를 안게 될 것”이라며 “당 대표 경선이 마무리되고 통합 보수당과 함께 당 대표가 토론을 펼치며 일하는 모습을 보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앞으로 보수당 소속 의원들은 후보 8명에 대한 비밀투표를 부칠 예정이다. 이후 최저 득표자를 탈락시키는 방식으로 최종 2인이 남을 때까지 경선은 진행된다. 최종 후보 2인이 가려지면 보수당 전 당원은 우편투표로 최종 1인을 선출한다. 영국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하원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기 때문에 여당인 보수당의 새 당대표가 곧 차기 총리가 되는 것이다.

경선 첫 투표는 13일(현지 시각)부터 시작한다. 보리스 존슨 총리의 최종 후임자가 될 보수당 당 대표는 오는 9월 5일 발표된다.

한편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과 장관 대거 사임, 거짓 해명 논란 속에서 결국 지난 7일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당 대표를 선출하는 모든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