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항공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하물 분실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직원 수를 줄였던 항공사가 급격히 늘어난 수하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생긴 문제다.

샤를드골공항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수하물이 운반되는 모습. /EPA 연합뉴스

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의 컨베이어 벨트에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 수하물과 여행용 가방 수천 개가 쌓인 채로 방치됐다. 지난 2일 에어프랑스에 따르면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서는 직원들이 파업해 1만7000개의 수하물이 제때 도착하지 못했다. 결국 1만개의 수하물이 승객들에게 반송됐다.

수하물을 추적하는 스위스의 기술업체 SITA의 책임자 피터 드러먼드는 “지난 6월에 전세계적으로 수하물 분실률이 코로나 확산 이전인 2019년보다 월등히 높아졌다”면서 “특히 4∼6월 사이 수하물 분실률은 전년 동기에 비교하면 5배나 늘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수하물 분실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하물을 분실 시 추적해서 회수해주는 미국 업체 ‘블루 리본 백스’(Blue Ribbon Bags)는 지난 두 달간 수하물 분실 신고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가브리엘 멘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수화물 1000개당 10개꼴로 분실되거나 도착이 늦어지고 있다”며 “이는 2019년의 두 배 규모”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분실 문제의 주요한 원인으로 인력 부족을 꼽는다. 코로나 여파로 항공 업계가 직원 수를 줄였다가 최근 항공 수요가 다시 급증하면서 수하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하물 운송 업체인 스위스포트인터내셔널 대변인은 “코로나 이전까지는 고용된 직원이 6만5000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2월 말에는 4만500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현재 스위스포트인터내셔널은 미국 일부 공항에서 신입 직원에 5000달러(약 650만원) 수준의 상여금을 지급하는 등 직원 수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 투입할 인력은 빠르게 늘지 않을 전망이다. 공항에서 일하기 위한 허가가 떨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수하물 업체인 멘지스항공의 필립 조이니히 최고책임자는 “새로운 직원을 고용하고 교육하는 데는 2주 정도만 소요되지만, 직원이 실제로 일하는 데 필요한 보안 허가가 떨어지기까지 평균 65일이 걸리고, 길게는 90일까지도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