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북부 루브민에 있는 '노르트스트림 2' 천연가스 인입 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이 러시아의 가스공급 축소에 가스 비상공급계획 경보를 ‘비상’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23일(현지 시각) 가스 비상공급계획 경보를 현행 1단계인 조기경보 단계에서 2단계인 비상경보 단계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16일부터 발트해를 관통해 독일까지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가스 공급을 60% 축소했다. 독일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제재 강도를 높이자 보복성 조처를 취한 것으로 해석된다.

독일의 에너지 비상공급계획 경보는 조기·비상·위급 등 3단계로, 비상공급계획 경보가 최종 3단계인 위급 단계로 상향조정될 경우 연방에너지공급망담당청이 산업체에 대한 에너지 배분에 직접 개입하게 된다. 단 가계나 병원, 안전인력 등은 이런 관리대상에서 제외된다.

독일 정부는 지난 3월 30일 러시아가 가스 경제 대금을 자국 화폐인 루블화로 받겠다고 밝히자 가스 비상공급계획 1단계인 조기 경보를 발령했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러시아에 에너지 자원을 의존해왔다. 탈(脫)원전 이후에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의존도가 컸는데, 천연가스의 55%를 러시아에서 수입해왔다. 현재 독일의 천연가스 비축량은 최대 저장용량의 58% 수준으로, 독일 정부는 올겨울 난방수요에 대응해 비축량을 10월 초까지 80%, 11월 초까지 90% 수준으로 높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러시아발(發) 천연가스 공급 중단은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페이스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22일(현지 시각) 러시아가 올겨울 가스 수출을 전면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럽 국가들에 가스 수요 감축과 원자력 발전소 가동 유지 등 대책을 촉구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최근 러시아가 가스관 ‘유지 보수 문제’를 이유로 유럽 국가들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줄인 것은 더 규모가 큰 수출 감축 조치의 시작일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 “유럽은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는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겨울에 가까워질수록 러시아의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수출 감축의 의도는 유럽이 가스 저장고를 채우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겨울철에 레버리지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