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 잭슨 시리즈 원작에 나오는 아나베스 체이스(왼쪽)와 드라마에 캐스팅된 레아 제프리스 /트위터 캡처

미국의 인기 판타지 소설 ‘퍼시 잭슨’을 원작으로 하는 디즈니의 TV 드라마에 흑인 소녀 배우가 기용된 것에 팬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원작자까지 반발여론 진화에 나섰다.

퍼시 잭슨 시리즈의 원작자인 릭 라이어든은 10일(현지 시각) 일부 팬들에게 “내 책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당신들은 내 책에서 아무것도 배운 게 없다”는 성명을 냈다.

라이어든이 성명을 낸 이유는 디즈니플러스가 제작한 드라마의 캐스팅 때문이다. 원작에서는 ‘금발에 회색눈을 가진 미소녀’로 나오는 아나베스 체이스 역(役)에 12살의 흑인 배우 리아 제프리스가 캐스팅됐다. 지난 2010년과 2013년 디즈니가 제작한 영화에서도 원작처럼 금발의 여주인공이 출연했다.

이에 원작 팬들이 캐스팅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며 제프리스를 인신공격하고, 그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악플’을 도배했다.

이에 라이어든은 성명을 내고 “퍼시 잭슨의 핵심 메시지는 서로의 차이야말로 강점이라는 것”이라며 “저마다 다른 특징이 때론 개인의 위대함을 나타내는 징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선입견에 얼마나 들어맞는지에 따라 남을 판단하면 안 된다”며 “예를 들자면 학교 6곳을 중퇴한 신경 발달장애 소년이 포세이돈의 아들일 수도 있다.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들은 오로지 외모만 보고 제프리스가 이 역할에 적합한지를 판단했고 그것은 인종차별”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디즈니는 실사영화 인어공주에도 흑인 여배우를 캐스팅해 논란을 일으켰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디즈니플러스 출범 당시에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관점에서 디즈니 판권의 작품들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 내부의 제보자에 따르면, 인어공주에 나오는 마녀를 어두운 색상으로 표현한 것이 인종 차별 소지가 있을 수 있고 피터팬의 후크 선장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내부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디즈니 사의 한 임원은 “PC 코드를 통해 작품에 접근하는 것이 창의성을 억누를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고 NYT는 전했다.

디즈니의 새 영화 '인어공주'에 인어공주 역으로 출연하게 될 헤일리 베일리 /디즈니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