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대만 TSMC와 미국 인텔 등이 반도체 생산장비 부족으로 공급을 늘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장비 수급가 이어질 경우 오는 2024년까지도 반도체 대란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TSMC, 인텔은 반도체 생산량 확대에 필수적인 생산장비를 주문했지만 계속해서 일정이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기존에 주문 이후 수개월이면 받을 수 있던 장비를 이제는 2~3년 기다려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TSMC의 공장에서 생산 공정을 거치고 있는 웨이퍼. /로이터 연합뉴스

반도체 장비 기업들이 제때에 장비를 공급하지 못하게 된 것은 최근 세계를 강타한 물류난으로 장비 생산에 핵심적인 부품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 테스트 등에 사용되는 최첨단 장비들은 통상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기계로 알려져있으며 25만개 이상의 부품과 정교한 제작 과정이 필요하다.

WSJ는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부족이 장기화되면서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대형 반도체 기업들은 지난해 일제히 생산량 확대를 선언하며 투자에 나섰지만 정작 극자외선(EUV) 노광기 등 장비가 부족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최근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ASML, KLA·램리서치 등 주요 장비 업체들이 렌즈, 밸브, 펌프, 마이크로컨트롤러, 전자모듈 등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장비의 경우 공정별로 특정 기업들이 장비 공급을 거의 독점하고 있어 이 기업들의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경우 대체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이와 관련 "생산 장비 부족으로 업계가 전반적으로 이전에 생각했던 속도만큼 공급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며 반도체 부족 사태가 2024년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초 그는 반도체 부족 사태가 내년에는 종식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한편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인플레이션 현상까지 덮치면서 칩 가격 상승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히데토시 시바타 르네사스 CEO는 최근 실적 발표 행사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 이슈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타이트한 자재 공급으로 가격 상승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