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의 태양광 발전 시설 공사가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국이 수입하는 동남아산 태양광 모듈이 실제로는 중국산이라는 의혹에 대해 미 상무부가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모하비 사막 인근의 태양광 패널. /트위터 캡처

NYT는 이날 미국 태양광산업협회(SEIA)의 발표 내용을 인용, 최근 미 전역 318곳의 태양광 프로젝트가 취소되거나 지연됐고, 수백 개의 태양광 회사가 인력 감축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인주(州)에서는 완공을 앞둔 태양광 발전 시설 공사가 중단됐고, 텍사스주에선 1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소 착공이 내년 이후로 미뤄졌다.

NYT에 따르면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미국의 고율 수입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에 설립한 공장에서 태양광 모듈을 생산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미 상무부가 지난 3월 말 사실 여부 확인을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14~15%의 관세를 부과해왔다. 현재 미국에서 사용되는 태양광 모듈의 82%는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등에서 수입된다.

동남아산 태양광 모듈이 중국산으로 드러날 경우 관세가 소급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수입 업체들은 서둘러 동남아산 제품 수입을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이번 조사는 장기적으로 태양광 산업은 물론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늘리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SEIA는 내년까지 설치할 태양광 패널 수가 예정보다 4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최대 재생에너지 회사 중 하나인 넥스트에너지도 1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태양광 시설 공사가 올해 안에 계획대로 완료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양광 발전 회사인 히케이트 에너지의 닉 벌린저 최고경영자(CEO)는 “상무부 조사는 재생에너지 업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조사가 계속되면서 기후 위기에 대처하겠다는 정부의 목표 달성도 미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