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29일 세계 백화점 매출 1위인 중국 베이징SKP 백화점 맞은편의 아파트 단지(광후이리샤오취)가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통제 관리되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금요일이었던 지난달 2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시내 지하철 다왕루역 옆의 대형 백화점 베이징SKP. 평소라면 사람들로 북적일 시간에 실내 조명이 꺼진 채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곳은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까르띠에 등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가 총집결해 전 세계 백화점 매출 1위를 자랑하는 곳이다.

길 건너 맞은편 아파트 단지를 보니 왜 백화점 문을 닫았는지 바로 이해가 됐다. 광후이리샤오취란 이 거주 단지는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통제 관리되고 있었다. 소비 대목 중 하나인 노동절 연휴(4월 30일~5월 4일) 기간, 일대 상점은 장사를 할 수 없게 됐다.

SKP는 코로나 대유행이 전 세계를 휩쓴 2020년, 영국 런던의 최고급 백화점 해로즈(Harrods)를 누르고 처음으로 세계 백화점 매출 1위(177억 위안, 약 3조3500억 원)에 올랐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해로즈의 연매출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에 나가지 못한 중국 부유층이 더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 중국 내에서 럭셔리 제품 소비를 늘린 결과다.

2022년 4월 29일 세계 백화점 매출 1위인 중국 베이징SKP 백화점이 인근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김남희 특파원

세계 최대 백화점이란 SKP조차 정부 방역 명령이라면 군말 없이 문을 닫아야 한다. 유리문엔 ‘베이징시의 코로나 방역 조치 요구에 따라, 베이징SKP와 SKP-S의 영업을 잠시 중단한다’는 짧은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영업 중단에 따른 경제적 손해는 오로지 백화점 측이 감당해야 한다. 당분간 영업 재개 가능성도 작다. 이튿날인 30일, 맞은편 확진자 발생 단지 옆 구역이 중위험(3단계 중 두 번째) 지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면서 소비 분야 타격이 커지고 있다. 소비는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65%를 차지하는 핵심 부문이다. 봉쇄 또는 이동 제한 조치로 소비부터 줄었다. 소비 둔화로 중국 경기 위축이 더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부분 도시에서 올해 노동절 특수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동 제한 조치로 다른 도시로의 여행이 어려워진 데다, 도시 내 방역 수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수도 베이징은 오미크론 변이 감염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5월 1~4일 식당 실내 취식을 금지했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먹지 말란 얘기다. 공연장·영화관·PC방 등 운영을 중단시키고 단체 여행도 금지시켰다. 공공장소 입장 때는 48시간 내 발급된 코로나 핵산 검사 음성 증명서도 제시해야 한다. 베이징 최대 놀이공원인 유니버설베이징리조트는 5월 1일부터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당일 오전 전격 발표했다.

앞서 4월 3~5일 청명절 연휴 때도 여행자가 줄면서 소비가 급감했다. 여행 건수는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수준의 68%에 그쳤고, 여행 수입도 지난해 청명절 연휴 대비 30.9% 감소했다.

2022년 4월 29일 저녁 중국 베이징의 쇼핑 중심지인 싼리툰 타이쿠리 쇼핑몰이 코로나 감염 확산 영향으로 한산하다. /김남희 특파원

최근 중국 소비 약화 흐름은 뚜렷하다. 3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3월 대비 3.5% 줄며 2020년 8월 이후 첫 월간 감소를 기록했다. 식품과 의약품 소비는 늘어났으나, 의류·자동차·화장품·가구·가전·보석류 등 소비가 줄었다. 3월 지표엔 인구 2500만 명 상하이 봉쇄 영향이 거의 반영되지도 않았다. 상하이는 3월 28일 황푸강 동쪽 푸둥 지역부터 봉쇄에 들어가, 4월 1일엔 도시 전체가 봉쇄됐다. 4월 지표에 상하이 봉쇄에 따른 경제 충격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에선 외출 금지로 오프라인 소비가 급감하고 물류난과 배달 인력 부족으로 온라인 소비도 줄었다. 중국의 1분기 요식업·숙박 규모도 이동 통제와 여행 억제 조치 영향으로 2020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중순 노무라증권은 상하이를 포함해 40곳이 넘는 중국 도시가 전체 또는 일부 봉쇄를 시행해 경기 침체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들 도시의 GDP 합계는 중국 전체 GDP의 40%를 차지한다. 이 수치에 베이징 일부 지역 봉쇄 영향은 포함되지 않았다. 크레딧스위스는 지난달 19일 보고서에서 “코로나 통제 조치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비 감소세가 이어져, 소비 부문 성장이 위태롭다”고 했다. 골드만삭스도 “오미크론 확산이 여행과 식당 같은 대면 서비스업 소비를 강타했다”고 했다.

중국 베이징의 한 봉쇄 단지 안에서 코로나 핵산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매출에서 중국 판매 비중이 큰 외국 브랜드들은 중국 봉쇄가 실적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예고했다. 구찌·보테가베네타·생로랑을 보유한 케링그룹은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 후 “이번 봉쇄는 지난해 여름 간헐적 영업 중단보다 훨씬 강력하며, 소비 심리도 더 위축시키고 있다”며 “봉쇄가 끝나더라도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미국 애플 역시 중국 주요 도시 봉쇄로 생산뿐 아니라 수요 쪽에서도 타격이 크다고 했다.

중국 주요 도시들은 노동절 연휴 소비를 끌어올리기 위해 도시별로 수백억 원 규모의 할인 쿠폰을 뿌렸다. 남부 광둥성 선전은 총 5억 위안(약 947억 원), 동부 저장성 닝보는 3억 위안(약 568억 원) 규모 소비 쿠폰을 발급했다. 동부 푸젠성 푸저우도 1억2000만 위안(약 227억 원) 규모 쿠폰을 지급했다. 광둥성은 4월 29일 최고 8000위안(약 150만 원)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발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