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각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앞서 아프리카, 중동아시아 지역에 이어 이번에는 페루 등 남미에서도 연료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나섰다.

7일(현지 시각) 페루에선 연료, 비료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트럭 운전기사들과 농부들이 고속도로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이카, 라리베르타드, 우앙카요 등 페루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는 지난달 28일 트럭 기사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페루 수도 리마 도심에서 5일(현지 시각)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대가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페루 정부는 이날 물가 급등 항의 시위를 막기 위해 리마와 인근 카야오에 통행금지령을 내렸고, 이에 반발한 시민들이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연료 가격이 오르면서 생계 유지가 어려워진 기사들이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시위를 벌인 것이다. 비룟값 상승으로 신음하는 농민들도 가세했다.

페드로 카스티요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최저임금 인상을 발표하고, 주요 식료품에 대한 소비세 면제 등의 대책도 제시했으나 시위대를 달래진 못했다. 지난 10일간의 시위 과정에 최소 6명의 사망자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의 이번 정치·사회 혼란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이 이미 지난해부터 나타나고 있긴 했지만,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를 더욱 부추겼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지난 3월 한 달 페루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48%에 달했다. 1996년 2월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월간 물가 상승률이다. 연간으로는 6.82%로, 역시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았다.

고물가에 따른 생활고로 사회적 불만이 폭발하는 건 페루만의 얘기가 아니다. 아프리카 수단에서는 지난해 10월 군사 쿠데타 이후 식량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연일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이라크, 이집트 등지에서도 라마단을 앞두고 지난달 식량, 밀가루 부족에 분노한 시민들이 길거리로 쏟아졌으며 국가 부도에 직면한 스리랑카는 연일 불어난 시위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