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이 어렵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은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공격을 개시한 주요 명분 중 하나였던 만큼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양측이 향후 협상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영토 문제 등에서 첨예한 입장차를 보여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오는 16일 4차 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합동원정군(JEF) 지도자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JEF는 국제 문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영국의 주도로 덴마크, 네덜란드,핀란드 등 유럽 10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군사기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아니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나는 이것을 잘 안다"며 "우리는 수년간 (나토 가입의) 문이 열려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나토에) 들어갈 수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열린 문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우리를 돕고,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상대와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협력의 주체는 미국·러시아·터키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끄는 우크라이나 여당 '국민의 종'은 전날 성명을 통해 이들 국가가 참여하는 '새 안전보장 조약(new security guarantee agreement)'에 서명하는 안을 제시했다. 국민의 종은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일 미 ABC와의 인터뷰에서도 "나토가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일 뜻이 없다는 것을 이해한 뒤 이 문제에 대해 냉정해졌다"며 여지를 남긴 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보류하면 러시아가 내걸고 있는 3대 요구 사항인 비나치화·비군사화·중립화 가운데 하나가 해결된다. 우크라이나는 이들 조건에 '사실상 항복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우크라이나 측 협상 대표단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양측 입장에) 근본적인 모순이 있지만 확실히 타협의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날 화상회의 형식으로 4차 협상을 시작했으나, 약 2시간 만에 일시 휴회하고 이날 재개했다.
이호르 조브크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도 이날 "러시아와의 협상이 더 건설적으로 진행됐다"며 "러시아 측이 더는 우크라이나에 항복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우리 대표단은 회담 이후 긍정적인 분위기를 느꼈다"고 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의 집단 안보를 보장하고 있는 나토 조약 5조의 발동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나토 조약 5조는 어떤 회원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도 나토 회원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달라는 요청은 철회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러한 요청에 미국 등은 러시아와 나토가 자칫 직접적으로 군사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