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자국민들에게는 전쟁과 관련한 정보를 통제하고 은폐하고 있는 가운데 폴란드를 비롯한 각국 해커들이 개발한 한 사이트가 주목 받고 있다. 참혹한 우크라이나의 전쟁 상황를 있는 그대로 전달해 러시아 내부에서의 전쟁 반대 움직임을 이끌어내기 위한 시도다.

13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폴란드의 프로그래머들은 약 2000만개의 러시아 현지인 휴대전화 번호와 1억4000만개에 달하는 이메일 주소를 획득해 무작위하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사이트 ‘스쿼드303(SQUAD303)’을 개발했다.

러시아인들의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계정 등을 대량으로 입수해 전쟁의 참성과 진실을 알리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사이트 스쿼드303. /스쿼드303 캡처

현재 각국의 네티즌들이 이 사이트를 활용해 러시아인들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정보를 담은 문자, 이메일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정부의 언론, 미디어 통제에 의해 전달되지 않는 내용을 해당 도구를 통해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이 사이트를 지난 6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으며 수천명의 유저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상황과 이미지, 동영상, 서구권 언론의 보도들을 전하고 있다. 스쿼드303에 따르면 개설 이후 약 일주일도 되지 않아 약 700만건의 문자메시지, 200만건의 이메일이 발송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사이트의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블리디미르 푸틴 대통령 정권의 디지털 검열을 뚫고 러시아인들이 세계와 완전히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노력을 과거 미소 냉전시대에 정보가 단절되어 있던 공산권 국가에 라디오프로그램을 방송한 자유유럽방송(RFA)와 같은 프로젝트와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국영 채널과 비공식 채널 등을 통해 자국민들에게 러시아의 침략을 정당화하고,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잘못된 사실을 전파하고 있다. 또 전쟁 관련 외부 정보 차단을 위해 여러 웹사이트들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고, 전쟁을 비판한 언론사들을 물리적으로 위협했다고 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 대한 포격 이후, 이를 우크라이나의 ‘네오 나치주의자’들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러시아 국영 언론사인 타스통신은 우크라이나인들이 휴전 기간 동안 러시아군에 발포했다는 내용을 언급하며, 네오 나치주의자들이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막이로 삼아 뒤에 숨었다”고 보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타스통신은 우크라이나 아파트 공격에 대해 “(네오 나치주의자들이) 아파트 건물에 중화기를 배치했고, 일부 주민들은 집에 강제로 감금돼 있다”고도 주장했다. 특히 러시아 소셜미디어들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나치 깃발 또는 히틀러의 사진을 들고 있는, 확인되지 않은 가짜 사진을 퍼뜨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