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가 7년전 발사한 로켓의 일부가 오는 3월4일 달표면에 충돌해 지름 20m의 분화구를 만들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개발회사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촬영한 달 표면과 지구. /JAXA

소행성과 혜성의 궤도를 계산하는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플루토(Project Pluto) 개발자 빌 그레이는 NYT에 3월4일 오전 7시25분(미 동부시각) 충돌이 발생할 예정이라면서 아직 정확한 시간과 장소가 확실하지 않지만 충돌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레이는 국립해양대기청의 심우주기후관측위성(DSCOVR)을 싣고 2015년 2월11일 발사된 스페이스X사 팔콘 9 로켓의 상단 로켓을 몇 년 동안 추적해왔다. DSCOVR은 지구에서 약 160만 km 떨어진 궤도에서 태양에서 분출되는 에너지 분자를 관측해 지구에 미칠 위험성을 조기에 경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과거 달을 향해 발사한 많은 장치들이 달에 추락했지만 지구에서 달을 향해 발사하지 않은 물건이 달에 충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팔콘 9 로켓 상단부분은 현재 지구에서 통제할 수 없으며 지구와 달, 태양의 중력 및 태양빛의 압력만으로 움직이고 있다.

팔콘 9 상단 로켓은 일반적으로 적재물을 궤도에 올려보낸 뒤 다시 지구 대기로 떨어지도록 돼 있다. 그러나 DSCOVR을 실은 로켓은 지구 주변 달 궤도를 벗어난 먼 지점까지 DSCOVR를 보내야 했다. 이로 인해 언젠가는 달과 충돌하도록 돼 있었다.

제궤도에 있는 파편들은 위성이나 국제우주선과 충돌 위험 때문에 면밀하게 추적되지만 DSCOVR 로켓처럼 먼 궤도에 있는 물체를 추적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레이는 “내가 아는 한 나말고 추적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5일 팔콘9 상단 로켓은 달에서 약 9600km 떨어진 지점을 통과했다. 이후 달의 중력으로 다음번에는 달에 더 가까운 지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뒤에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에 추락할 예정이다.

달관측위성의 카메라 운영을 책임지는 아리조나 대학교 지구 및 우주 탐사 전문 마크 로빈슨 교수는 4t 무게의 금속 물체가 약 시속 9173km의 속도로 충돌해 직경 10~20m의 분화구가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충돌로 과학자들이 달의 지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