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가 다음 세대의 흡연을 막기 위해 2008년 이후 출생자는 성인이 돼도 담배를 살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9일(현지 시각)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뉴질랜드 정부는 이날 ‘스모크 프리(Smoke Free·금연) 2025′ 계획의 일환으로 현재 만 14세 이하 청소년들이 영구적으로 담배를 사지 못하도록 2027년부터 담배 판매를 불법화하는 법안을 발표했다. 법안은 집권 노동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의회를 무리 없이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2073년부터 65세 이하 모든 뉴질랜드 국민은 담배를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없게 된다. 뉴질랜드 정부는 법안을 내년에 도입해 2023년부터 연령 제한을 적용할 계획이다.

뉴질랜드의 금연 국가 로드맵은 지난 2012년 존 키 총리 정부가 채택한 ‘금연 2025 계획’에서 비롯됐다. 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 흡연율을 5%로 낮추고 궁극적으로 흡연율 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현재 뉴질랜드 성인의 흡연율은 약 13%로 2011년 18%보다 감소한 상태다. 그러나 질병 및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마오리족 인구의 흡연율은 약 31%로 여전히 높다. 아이샤 배럴 뉴질랜드 보건부 차관은 이날 이와 관련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마오리족의 흡연율이 5% 아래로 떨어지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12월 9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거리에서 한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날 이르면 2027년부터 청년층에 담배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 뉴질랜드는 부탄 다음으로 가장 엄격한 담배 규제를 시행하는 국가가 된다. 남아시아에 있는 부탄은 2005년 세계 최초로 담배 판매와 흡연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한 바 있다.

다만 법안이 전자담배 판매를 예외로 둔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올해 뉴질랜드 고등학생 1만9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20%가 매일 또는 하루에 수차례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전자담배가 무해하지 않다고 밝혔으나, 전자담배 액체 성분에서 발암물질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담배 암시장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뉴질랜드 정부도 “최근 몇 년 동안 뉴질랜드로 밀수되는 담배 제품 양이 크게 증가했다. 조직적인 범죄 단체가 대규모 밀수에 연루돼 있다는 증거도 있다”며 불법 거래가 횡행할 위험성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