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들 중 하나인 미국에서 지난해 생명보험 지급액이 15% 급증해 지난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보험사들의 지급액이 늘었지만 반면 팬데믹 이후 가입자수도 급격하게 늘고 있어 생명보험료 증가율도 25년만에 최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9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미국생명보험협회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 2020년 생명보험 사망지급액이 904억3000만 달러로 15.4% 증가했으며 이는 주로 팬데믹으로 인한 사망자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918년 지급액이 41% 급증한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그리피스 천문대에 2만6661개의 백기로 조성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희생자 추모 공간. /로이터 연합

주요 보험회사들의 지급액 수준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반대로 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기도 하다. 보험 시장조사업체인 AM베스트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미국을 휩쓸기 시작한 이후 보험계약 역시 2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이로 인해 기록적인 사망 지급액에도 불구하고 보험회사들의 산업 자산은 지난해 기준 8조2000억달러로 7.7% 증가했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미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가 2020년을 추월해 77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의 경우 코로나 사망자의 약 80%가 65세 이상에서 발생했지만, 올해는 사망자의 69%가 65세 이상에서 발생했고, 25%는 45~64세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다.

콜리스 템플 프리메라카 영업이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증가가 지난해처럼 심각한 수준으로 여겨지고 있지 않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가족과 가까운 친구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전염병 이전보다 오히려 생명보험에 가입하려는 동기가 늘고 있고 이것이 보험 시장을 호황으로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보험업계 활황은 국내도 마찬가지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의 지난 3분기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보험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를 제외한 상장 생명‧손해보험사 10곳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조8605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941억원) 대비 43.2%(1조4665억원) 증가했다. 이번 4분기(10~12월) 실적이 1~9월보다 밑돈다고 가정해도 역대 최대치가 전망되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