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타’로 사명을 바꾼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 페이스북이 사용자가 올린 사진·동영상 속 인물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얼굴 인식 태그’ 기능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이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2018년 워싱턴 사법위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사명 변경에 이어 십여년 간 발전시켜온 얼굴 인식 태그 기술을 중단할 만큼 ‘나쁜 소셜미디어 기업’ 논란을 탈피가 절실해졌다는 이야기다. 페이스북의 모 기업인 메타는 관련 성명을 통해 “얼굴 인식 기술의 사회 내 위상과 관련한 많은 우려 때문”에 신중한 고려 끝에 이를 없애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페이스북은 앞으로 수주 내로 10억 명이 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얼굴 스캔 데이터를 삭제하고 얼굴 인식 시스템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에 따르면 얼굴 인식 기능을 켜놓은 이용자는 전체 이용자의 3분의 1이 넘는다.

페이스북은 2010년 12월 이용자의 앨범 내 사진·동영상 속 인물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이용자가 사진을 포스팅할 때 사진 속에 이렇게 인식된 친구·가족이 있으면 이들을 ‘태그’하라는 추천이 뜬다. 2010년 12월 이용자의 앨범 내 사진·동영상 속 인물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도 도입했다. 이용자가 사진을 포스팅할 때 사진 속에 이렇게 인식된 친구·가족이 있으면 이들을 ‘태그’하라는 추천이 뜬다.

이 기술 덕분에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사진 보관소의 하나를 구축할 수 있었지만 정부나 경찰, 기업체 등에서 사찰이나 수사, 개인신상 추적 등에 악용할 소지가 크다는 이유로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지난해에는 관련 기술 적용이 주민의 생체 정보를 이용하려면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미국 일리노이 주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6억5000만 달러(약 7660억원) 지급에 합의하기도 했다.

앞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의 판매를 보류하거나 중단한 바 있다. 반면 페이스북은 적극적으로 얼굴 인식 기술의 범용화에 앞장섰지만 최근 몇년 간 규제 당국의 압박이 커진 데다 최근 전 직원의 폭로까지 이어지며 궁지에 몰리면서 궁여지책으로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이윤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정보와 증오를 재생산하는 알고리즘과 운영 방식을 고집했다는 폭로로 인해 최근 궁지에 몰렸다. 지난달 5일 미국 연방상원 상무위원회 산하 소비자보호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페이스북 전직 직원 프랜시스 하우건(37)의 3시간짜리 증언을 통해서다.

페이스북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던 하우건은 당시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은 회사의 이익과 사람들의 안전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일관되게 자사 이익을 우선시했다”며 “그 결과 더 많은 분열과 해악, 거짓과 위협, 전투와 증오가 일어났다”고 폭로했다. 페이스북이 지난 2018년 개별 사용자와 비슷한 생각 및 감정을 공유한 이들의 게시물이 더 많이 노출되도록 가중치를 부여하는 식의 알고리즘을 설계했고, 그 결과 증오와 허위 정보, 극단적 콘텐츠와 양극화를 조장하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

하우건은 구글 등 대형 IT 회사에서 검색·추천 관련 알고리즘을 개발한 인물이다. 지난 4월까지 페이스북에서 가짜뉴스 대응과 방첩 활동 관련 업무를 하다 퇴사했다. 최근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BS방송 등에 페이스북이 이윤을 최우선시 하는 정책 때문에 허위정보 유통을 규제하거나 미성년자의 정신 건강에 해악을 끼치는 콘텐츠 및 운영 방식을 개선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한편 제롬 페센티 메타 인공지능(AI) 부사장은 얼굴 인식 태그 폐지 결정에 대해 “모든 신기술은 혜택과 우려의 잠재력을 모두 안고 온다”며 “우리는 올바른 균형을 찾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시민 자유권 운동단체인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의 애덤 슈워츠 변호사는 “페이스북이 얼굴 인식 사업을 그만두는 것은 이 기술에 대한 전국적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중요한 모멘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