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홍콩에서 정부를 비판하거나 반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는 볼 수 없게 됐다. 홍콩 당국이 국가 안보에 반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판단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해서다. 이에 따라 20세기 말 '동양의 할리우드'로 불리던 홍콩 영화 산업에 어둠이 짙게 드리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부패상을 그린 1995년작 주성치 주연의 코믹 영화 '007 북경특급'의 한 장면. /트위터 캡처

사우스차이나포스트(SCMP), 로이터 등이 27일(현지 시각) 홍콩 입법회가 국가안보 보호를 이유로 '영화검사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이번 개정안은 홍콩 당국이 국가 안보에 반하는 내용의 영화를 상영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8월부터 입법이 추진됐다.

에드워드 야우 상무장관은 이날 입법회에서 "영화 검열 시스템을 개선하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것"에 개정안의 목적이 있다며 "대부분의 영화는 이 개정안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소급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이전에 상영허가를 받은 영화라 하더라도, 국가안보에 저해되는 내용이 영화에 들어있다면 홍콩 행정장관이 허가를 취소하고 상영을 금지할 수 있는 것이다. 허가가 취소되면 영화의 온라인 배포와 DVD 판매 등도 금지된다. 중국의 부패상을 그린 1995년작 주성치 주연의 코믹 영화 '007 북경특급' 등도 상영 금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어기고 영화를 무단으로 상영하면 최대 3년의 징역형과 최대 최대 100만 홍콩달러(약 1억5000만원)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번 입법을 주도한 친중파 렁메이펀 의원은 SCMP에 "2016년 개봉한 영화 '십년'의 경우 젊은이들에게 법을 어기고 자국에 대한 증오를 품도록 유도한다"며 "홍콩은 이런 세력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십년'은 2025년 자유가 사라진 홍콩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영화다.

이번 개정안이 홍콩 영화계의 창의성과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우리 시대의 혁명'을 제작한 키위 차우 영화감독은 로이터에 "(이 법안이) 창작의 자유를 위축해 홍콩 영화 산업을 훼손한다"며 "영화 제작자들의 공포와 자기검열은 이전보다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침례대 영화아카데미 케니 응 부교수도 "법안에 국가 안보 조항을 추가한 것은 명백한 정치적 검열"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홍콩은 1970~1990년대 중경삼림, 아비정전 등의 작품으로 영화 산업 전성기를 누렸다. 한국에서도 홍콩 영화가 크게 흥행하며 장국영, 양조위, 주윤발 들의 배우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1997년 중국으로 홍콩이 반환되며 홍콩 영화 산업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편 홍콩은 지난해 6월 시행된 국가보안법에 따라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 가지 범죄에 최고 무기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