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수장이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 등 억만장자들에게 '통 큰 기부'를 요청했다.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한 이들의 자산 가운데 2~3%를 기부하면 전 세계의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연합뉴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이날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를 지목하며 "이번 한 번만 통 크게 일회적 기부에 나서달라"고 했다. 그는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으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4200만명을 살리기 위해 60억 달러(약 7조원)가 필요하다"고 했다.

비즐리 총장이 제안한 60억 달러는 머스크와 베이조스가 보유한 순자산의 각각 2%, 3%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인 전 세계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매긴 자산 순위에서 머스크는 2870억 달러(약 335조원)로 1위에 올랐으며 베이조스는 1960억 달러(약 229조원)로 2위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주가 상승과 경영 성과에 따른 주식 옵션 등이 포함됐다.

세계 식량기구 수장의 제안은 최근 미국 진보단체 싱크탱크인 '공정과세 정책연구소'가 미국 억만장자들의 순자산이 올해 10월 현재 5조4000억 달러(약 5888조 원)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의 2배로 불어났다고 발표한 이후 나왔다. 반면 WFP가 지난 2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절반인 2280만 명이 극심한 기근에 처한 상태다. 이 가운데 320만명은 5세 미만의 영유아였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AP 연합뉴스

그 외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등 중미 '건조 회랑(dry corridor)' 지역은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한 허리케인과 갑작스러운 홍수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티그레이 지역에선 장기간의 내전으로 주민 520만명에 대한 식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비즐리 총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경기 침체와 공급망 문제 등으로 WFP와 같은 인도주의 단체가 고충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는 연료가 떨어졌고 재정도 없다. 인건비를 비롯해 물자를 공급하기 위한 수송 비용을 부담할 여력도 없다"고 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전날 테슬라 주가가 주당 1000달러를 돌파하면서 머스크 CEO의 재산이 하루 만에 362억 달러 늘었다고 집계했다. 머스크의 자산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 중 테슬라에 이어 2위인 도요타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것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검토 중인 억만장자 부유세 도입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