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해외 첩보망이 붕괴 위기에 놓였다며 세계 각 지부에 경고 전문을 보냈다고 뉴욕타임스가(NYT)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CIA는 해당 전문에서 "지난 몇 년 간 해외 주재 정보원과 관련한 사안을 조사한 결과 수십명의 신원이 발각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처형됐고 일부는 중국·러시아·이란·파키스탄 등에 정보를 넘기는 등 이중 첩자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CIA에서 요원 조직 관리를 맡았던 중국계 미국인 제리 춘 싱 리는 2018년 중국 정부에 기밀 정보를 넘긴 혐의로 19년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7명의 희생자를 낸 CIA 기지 폭탄 테러의 경우, CIA가 포섭한 요르단 출신 의사가 자폭 테러를 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7~2008년 미 공군에서 방첩요원으로 근무했던 모니카 엘프리데 위트는 2013년 이란으로 망명한 뒤, 미 정보 기관에서 근무하던 동료들에 대한 정보를 이란의 정예군 조직인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CIA의 첩보망이 위태로워진 정황은 이전부터 포착돼왔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2018년 중국에서 처형된 CIA 정보원이 최소 30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2011년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파키스탄 정보 당국이 파키스탄 육군 소령을 포함한 CIA 정보원 5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모두 9·11 테러의 주범이자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인 알카에다의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하는 데 협조했던 이들이었다.
NYT는 CIA의 첩보망이 흔들리는 근본적 원인으로 정보전 능력의 퇴보를 꼽았다. CIA가 외국 정보 기관의 정보수집 역량을 과소평가하고 생체 및 안면(顔面) 인식, AI(인공지능) 등 기술을 제때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CIA를 포함한 미 정보 당국은 8월 아프간 미군 철수 당시 반군(叛軍) 및 아프간 정부군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실패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NYT는 '아바나 증후군'의 확산으로 정보원들의 사기도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아바나 증후군은 원인 모를 두통과 이명(耳鳴), 어지러움 등을 동반하는 증세로 주로 유럽·중국·러시아·발칸 반도 등 해외 지부 곳곳의 요원들과 가족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피해 사례가 보고되면서 미 정보 기관들은 배후에 러시아 첩보 조직인 정찰총국(GRU)이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