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6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복잡하고 암울하다”고 평가했다. 이는 대만의 독립 움직임을 우회적으로 질타한 것으로, 중국의 대만 압박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1년 9월 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이터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대만 야당으로 중국에 친화적인 국민당의 주석으로 선출된 주리룬(朱立倫) 전 신타이베이 시장에게 보낸 축전에서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은 공동의 정치 기초를 견지하고 협력하면서 평화와 국가통일, 민족 부흥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 과거 두 당이 ‘92컨센서스’를 견지하고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정치 기초에서 양안 관계의 평화 발전을 추진해 성과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92컨센서스’는 중국의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의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가 1992년 합의한 공동 인식으로, ‘하나의 중국’을 원칙으로 하지만 이에 대한 해석은 각자 알아서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가운데)이 2021년 9월 15일 중국군의 무력 침공에 대비한 '한광 군사 훈련' 현장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대만 총통부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며, 필요하면 무력을 써서라도 통일할 의지를 밝혀왔다.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정권 출범 이후 대만의 독립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부터는 대만해협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이고 대만산 과일 수입을 중단하는 등 전방위에서 압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관영 환구시보 사설을 통해 중국 군용기의 대만 상공 순찰을 주장하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당시 “대만 민주진보당과 미국, 일본은 중국에 맞서기 위해 마음을 굳힌 상태”라며 “이에 중국도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야 이들을 제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을 향해서는 “중국 군용기의 대만 상공 순찰은 민주진보당에 두 가지 선택지를 준다”며 “순찰을 받아들이고 미국, 일본과 반중 노선을 걷는 것을 자제하거나 중국 군용기에 발포하고 소멸되는 것 중 택하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양안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미·중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군사잡지 ‘해군과 상선’은 최신호에서 대만에 대한 공격이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한 모의실험을 요약하는 한편 중국군의 공격이 괌 미군 기지를 포함하는 서태평양 섬으로 구성된 제2도련선(島鏈線)으로 확대되면 미국과 중국 간의 장기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2도련선은 1982년 중국군 해군사령관 류화칭이 설정한 해상 방어선으로, ‘오가사와라~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를 연결한다. ‘해군과 상선’은 “제2도련선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면 미국은 B-1B와 B-52 중전략폭격기 등 군사 자원을 이 지역에 신속히 배치할 수 있다. 그러나 전자기 투석기를 탑재하고 스텔스기를 싣고 있는 중국의 항공모함이 하와이에 근접할 수 있다면 상황은 중국에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