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국무부 2인자인 웬디 셔먼 부장관이 25일 중국을 방문해 1박 2일 일정으로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을 만난다. 다만 경제와 외교 및 통상 등 전 분야에서 양측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셔먼 부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진전을 이루기는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셔먼 부장관은 지난 18일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과 몽골을 차례로 방문한 데 이어 이날은 왕 부장과 중국 외교부의 대미 업무 담당 차관급인 셰펑 부부장 등을 각각 만날 예정이다. 셔먼의 방중은 지난 1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정부 관리 중 최고위급의 방중이다.

특히 미중 고위급 대화가 이뤄지는 것은 지난 3월 미 알래스카에서 미국 측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부장이 2+2 고위급 회담을 한 지 4개월 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패권 경쟁에 한창인 양국이 이번 회담을 계기로 관계 진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 16일 홍콩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에 사업 위험성을 경고하는 경보를 발령하고 홍콩 인권탄압 연루를 이유로 중국 당국자 7명을 제재했다. 이에 중국은 일주일 뒤 반(反)외국제재법을 최초로 적용해 윌버 로스 전 미 상무장관 등 미국 측 인사 7명에 보복성 제재를 가했다.

이에 앞서 대만 문제와 코로나19 기원, 남중국해 문제, 마이크로소프트(MS) 이메일 해킹 사건 등을 놓고 양측은 끊임없이 충돌해왔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방중에서 양측 간 허심탄회한 입장 교환만 이뤄져도 상황 관리 측면에서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북한 및 이란 문제와 관련한 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셔먼 부장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맡아 2000년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에 동행하는 등 북한 문제를 핵심적으로 담당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2기인 2015년에는 이란 핵합의 타결을 이끌어낸 주역으로도 꼽힌다. 그는 지난 23일 한국을 방문해 약식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미중 간 확실한 협력 분야”라며 “이번 방중에서 그 문제를 논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