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전면 해제한 영국이 자가 격리자 증가로 인한 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코로나19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리돼 자가격리에 들어간 근로자가 늘면서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을 일컫는 '핑데믹'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고 BBC와 인디펜던트 등 영국 주요 매체들이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YONHAP PHOTO-1372> 나이트클럽서 '노 마스크'로 춤추는 런던 젊은이들 (런던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제 조처가 모두 풀린 19일(현지시간) 새벽 영국 런던 패링던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젊은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춤을 추고 있다. 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이날 수천 명의 젊은이가 코로나19 규제 해제를 기념해 '자유의 날' 밤샘 파티를 즐겼다. 영국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모든 규제 조처를 해제했다. sungok@yna.co.kr/2021-07-19 15:03:03/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영국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 권고를 제외하고 나머지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전면 해제하는 '자유의 날(Freedom Day)'을 하루 앞두고 경제 전반에 '핑데믹' 공포가 고조되고 있다.

핑데믹은 코로나19 확진자의 접촉자로 분리돼 자가격리에 들어간 근로자가 늘면서 업무가 마비되는 상황을 일컫는 신조어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관리하는 '접촉자 추적 애플리케이션(앱)'이 접촉자들에게 보내는 알람 '핑'(ping)과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pandemic)을 결합한 것.

영국은 확진자 동선 파악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이 앱을 도입했다. 휴대전화에 앱을 깔면 6피트(약 1.8m) 내에 15분간 접촉한 모든 사람을 기록한다. 이후 누군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 접촉자에게 자동으로 알람을 전송한다. '핑'을 받을 경우 10일간 자가격리가 권고된다.

문제는 최근 영국 내 이동제한 조치가 해제된 상황에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불거졌다. 연일 하루 확진자 수가 5만 명대를 오가는데, 사람들의 이동량은 줄지 않으니 접촉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BBC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발송된 '핑'은 50만 건 이상으로, 전주와 비교해 46% 증가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리시 수낙 재무장관도 확진자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18일부터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코로나19 대응 책임자인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도 확진 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다.

최근 영국에선 매일 5만 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사망자는 60명대 밑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추이다. 영국 정부는 봉쇄 해제 후 일일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까지도 치솟을 수 있다고 예상하면서도 확진자 수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 코로나19 감염과 사망·입원의 연결성이 줄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영국은 성인 인구의 68.3%가 백신 2회 접종, 87.9%가 1회 이상 접종을 마쳤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경고음에 직격탄을 맞은 건 생산 현장이다. 하루에도 여러 자가격리 인원이 발생하면서 일손 부족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막스앤스팬서(M&S)는 자가격리로 인한 직원 결근이 늘면서 상점 운영 시간을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자동차 제조업체 롤스로이스는 자가격리에 들어간 직원이 계속 늘면 생산량을 반으로 줄여야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고 스카이뉴스가 전했다. 영국 북부 선덜랜드에 있는 닛산자동차 공장도 약 900명이 연쇄 자가격리에 들어가 생산 속도가 줄었다.

생산품 운반도 문제다. 운송업자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연쇄적으로 배달까지 지연되는 것이다. 특히 육류 등 신선 가공 제품 시장은 공급 부족으로 조만간 물류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대중교통 시스템도 핑데믹 공포를 비켜가지 못했다. 런던 지하철(튜브)은 운전사들의 자가격리로 지난 주말 운행을 중단했고, 로열 메일의 택배 분류센터는 지난주 확진자 발생으로 우편배달에 비상이 걸렸다.

군에서도 약 5200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심지어 방역을 책임지는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보리스 존슨 총리와 리시수낙 재무장관 등 내각 1·2인자가 모두 격리에 들어간 상황이다. 데일리메일은 이런 추세라면 이달 말까지 성인 약 600만 명이 격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앱에서 '핑'을 받은 사람들의 자가격리에 법적 강제성은 없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핑을 받은 사람들도 자가격리 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하면서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당장 생산업·소매업계는 일선 현장 상황을 모르는 조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앱에 따른 자가격리 권고 규제를 풀거나 격리 일수를 줄이는 등 대책 마련을 하지 않으면 경제가 멈출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영국 소매상협회(BRC)의 헬렌 디킨스 최고경영자(CEO)는 "'핑'을 받았다고, 무조건 자가격리에 들어가면 매장은 인력 부족으로 영업시간을 줄이거나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결국 '자유의 날'이 오더라도 경제는 회복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