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가 도쿄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이들을 ‘반(反)일본’ 세력 이라고 일컬어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최근 발매된 월간지 하나다(Hanada) 8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도쿄올림픽 개최 의의를 강조하고 반대 세력을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선 올림픽의 의의가 “감동을 공유함으로써 일본인끼리의 유대를 서로 확인하는 것에 있다”며 “같은 체험을 하는 것은 정체성을 마주하고, 일본인으로서 자부심을 형성해 나가는 데 있어서도 빠뜨릴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유와 민주주의를 받드는 일본이 올림픽을 성공시키는 것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고, 일본에는 그럴 책임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아베 전 총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올림픽 개최를 반대하는 여론이 거센 현 상황에 대해 “지극히 정치적인 의도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그들은 일본에서 올림픽이 성공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 공산당으로 대표되듯이, 역사 인식 등에 있어서도 일분 ‘반일적’이라고 비판받고 있는 사람들이 이번 개최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2020년 7월 도쿄올림픽 개최를 1년 앞둔 행사에서 만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이 전해지자 일본 각 계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17선의 거물 정치인 오자와 이치로(小沢一郎)는 트위터를 통해 “(아베 전 총리는) 4년 전,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이런 사람들한테 질 수 없다’고 외쳤다. 국민을 결집시키기는 커녕 멋대로 낙인찍기 식으로 갈라놓는 게 그의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아베 전 총리가 직접 지목한 일본 공산당의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아베 전 총리는) 자신에 반대하면 반일 딱지를 붙인다. 이런 어리석은 발언을 한 나라의 총리까지 맡았던 사람이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일간 겐다이는 “올 여름 도쿄올림픽 개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큰 것은 강행시 코로나19 감염 재확산이나 의료 붕괴의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지, 결코 이념적 대립을 추구하기 때문이 아니다”며 “아베 전 총리는 여론조사에서 중단이나 연기를 요구하는 67%의 사람이 반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여성 매체인 조세지신(女性自信) “지난해 3월 주변의 ‘2년 연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1년 연기’를 제안한 사람이 아베 전 총리”라며 애당초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도쿄올림픽을 열게 된 것은 그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