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는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AZ)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결합해서 맞을 경우 단일 종류의 백신 접종보다 최대 10배 강한 면역력이 생성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가 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다만 각 백신의 면역 방식이 다르고 관련 연구 데이터가 부족해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자를란트 소재 홈부르크 대학병원이 각 연령층의 성인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첫 회 AZ 백신을 투약한 뒤 2회차에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교차 접종한 사람의 경우 두 차례 AZ 백신을 맞은 사람에 비해 2주 뒤 항체가 최대 10배 가량 더 형성됐다. 연구팀은 교차 접종을 받은 실험자가 화이자 백신만 연달아 맞은 경우보다도 “약간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대학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결과는 최종 단계가 아닌 ‘예비 결과'라며 과학적으로 충분한 평가 과정을 더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실험 대상자의 연령·성별에 따른 차이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에 대한 추가 연구를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실험을 이끈 마르티나 제스터 자를란트대 감염·면역학 교수는 “학계 동료들의 완전한 평가가 완료되지 않았다”면서도 “우리는 명확한 연구 결과에 매우 놀랐다”고 했다.

앞서 독일 예방접종위원회는 지난 4월 AZ백신 접종 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2차 접종은 화이자 또는 모더나로 할 것을 공식 권고했다. 이어 백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캐나다도 이달 초 AZ와 화이자 백신 등의 교차 접종을 허용했다. 그러나 DW는 새로운 연구 결과 교차접종이 단지 ‘응급 해결책'에 그치지 않고 면역적으로 더욱 효과적이라는 일련의 결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내 교차접종 실험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일 베를린 샤리테병원의 라이프 에릭 잔더 연구팀은 작년 말부터 올해 5월까지 보건업무 종사자 3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Z-화이자 백신 교차접종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연구에서 두차례 화이자를 접종받은 사람과 교차접종을 한 사람 사이에 의미 있는 효능 차이나 특별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샤리테병원 측은 외부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 연구 결과를 학술지에 게재키로 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공공 보건연구기관인 카를로스 3세 연구소 역시 663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교차접종의 효능이 크다는 예비 결과를 도출했다. 해당 내용은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에 게재됐다. 바르셀로나 소재 발드헤브론 국립병원 연구팀 역시 단일 종류 백신을 맞은 사람에 비해 교차접종이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항체를 생성했으며 코로나19에 완전히 대응할 만한 면역력을 갖추게 됐다고 내용의 예비 결과 보고서를 냈다.

다만 학계에선 백신의 ‘믹스앤매치’가 실현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AZ와 화이자 백신의 면역 체계 생성 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AZ백신은 바이러스를 인체에 무해하도록 비활성화시켜 주입해 항체를 만드는 전통적 방식이다. 이른바 ‘바이러스 벡터' 기술로 얀센 백신 역시 여기에 해당된다. 반면 화이자와 모더나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라는 최신 플랫폼 기술을 이용해 백신을 만든다. 항원을 만드는 일종의 설계도인 mRNA를 주입해 몸속 세포들의 항원 생성을 유도하고, 면역 시스템이 여기에 반응해 면역 성분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서로 다른 방식의 백신 조합으로 면역력을 생성할 경우 향후 어떤 부작용이 발생한지에 대한 정보의 절대량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다. 제스터 교수는 “다양한 종류의 백신과 그것들 사이의 상효작용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다른 연구팀들이 우리와 유사한 결론에 도달한다면 면역 효과를 높이도록 벡터 백신과 mRNA 백신을 결합해 접종하는 방식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