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32년 만에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금성 탐사에 나선다. NASA는 지난 1989년 금성탐사선 마젤란을 발사하고 이를 이듬해부터 4년간 금성 궤도에서 운영한 것을 마지막으로 금성 탐사에서 손을 뗐다.

NASA는 2일(현지 시각) 태양계 탐사 임무 기획 공모전인 ‘디스커버리 프로그램 공모전’ 수상작으로 금성의 대기 조성을 파악하는 ‘다빈치+’와 금성의 지형을 살피는 ‘베리타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각각의 임무는 오는 2028~2030년 시작되며, NASA는 두 임무에 총 5억달러(약 5600억원)를 지원한다.

다빈치+는 분석 도구를 실은 구체(球體)를 금성에 내려보내 금성 대기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베리타스는 레이더를 이용해 금성의 3차원 지형도를 만들고 지진과 화산활동이 발생하는지를 확인하는 프로젝트다. 베리타스에는 나사와 함께 독일항공우주센터(DLR)와 이탈리아 우주국,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센터 등도 참여한다.

빌 넬슨 미국 항공우주국(NASA) 국장이 2021년 6월 2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본부에서 32년 만에 금성 탐사를 재개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냉전 시대 이후 주춤했던 우주개발에 다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최근 중국의 우주굴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중국은 지난달 29일 화물 우주선 톈저우 2호를 쏘아 올리며 2022년 독자 우주정거장를 갖는다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보다 앞서는 무인 화성 탐사선 톈원 1호를 화성 표면에 착륙시켰고, 무인 화성 탐사 로봇 주룽이 찍은 화성 표면 사진을 공개했다. 중국은 2029년까지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목표도 제시한 상태다.

중국이 국가 주도로 우주개발을 이어가는 동안 미국은 상업적 목표를 가진 민간 기업과 국가기관이 협력하는 형태를 유지해왔다. 인류 화성 이주 목표를 내세운 스페이스X와 올 7월 우주 관광 상품을 운영할 예정인 블루오리진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사람을 다시 달에 보내는 내용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시초가 됐다. 일본·영국·룩셈부르크·아랍에미리트 등 8개국이 참여하는 이 프로젝트는 2022년 달 궤도선 탐사, 2024년 달 궤도 국제우주정거장 순차 건설을 핵심으로 한다. 한국도 지난달 관련 협정에 서명하고 추가로 참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