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진보성향 부유층 단체인 '애국적 백만장자'가 17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의 얼굴과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제목을 패러디한 '택스 미 이프 유 캔' 문구를 합성한 비디오를 광고판에 띄우며 부자 증세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진보성향 부유층 단체인 ‘애국적 백만장자’들이 세계 최고 부호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정·재계 지도층 인사들의 자택 등에서 부자 증세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미 경제전문매체 CNBC가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 소득 100만달러(약 11억4000만원) 이상 또는 자산 500만달러(약 56억9000만원) 이상의 회원으로 구성된 단체 ‘애국적 백만장자들'은 미국 납세 신고 마감일인 이날 뉴욕과 워싱턴DC 곳곳에서 이동식 광고판을 동원해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뉴욕에 위치한 베이조스 CEO의 고급 아파트 앞에서 “헛소리 그만하고 부자들에게 세금이나 부과하라”고 적힌 대형 광고판을 선보였다. 창립자인 에리카 페인은 “베이조스는 바보같은 이 나라 세법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그의 자산 만큼 세금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워싱턴DC의 옛 직물박물관 자리에 지은 2300만달러(약 262억원)짜리 베이조스의 저택 앞에서도 시위를 이어갔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2019년 8000만달러(약 910억원)를 들여 뉴욕의 고급 아파트 3채를 구입했고, 이듬해 1600만달러(약 182억원)를 주고 같은 건물 내 아파트 1채를 추가 구매했다. 최근에는 5억달러(약 5690억원)짜리 고급 요트를 건조 중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해당 시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2조 달러가 넘는 인프라 투자법의 재원 마련을 위해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를 추진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미 비즈니스 잡지 포춘 집계에 따르면 베이조스 CEO의 순자산은 1850억달러(약 211조원)에 이른다.

시위 차량 광고판에는 베이조스 CEO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웃고 있는 사진과 함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제목을 패러디한 ‘택스 미 이프 유 캔(Tax Me If You Can)’이라는 문구를 삽입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시위는 베이조스 CEO 외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워싱턴DC 자택,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뉴욕시 사무실, 미 상공회의소와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등 경제단체들의 워싱턴 본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워싱턴 호텔 등에서도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