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마친 스페이스X가 이번에는 테슬라와의 합병 가능성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양사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시가총액 4조달러(6102조원) 규모 초대형 기술기업의 주인이 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스페이스X CEO/연합뉴스

1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월가와 실리콘밸리에서는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인공지능(AI), 우주, 위성통신, 전기차, 로봇, 에너지 사업을 아우르는 초대형 기술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으며 테슬라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원한다면 합병 추진 자체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윈 쇼트웰 스페이스X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스페이스X와 테슬라를 합치면 머스크의 삶이 조금 더 쉬워질 수 있다"며 "양사에는 분명한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두 회사는 이미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AI 반도체 생산 공장인 '테라팹(Terafab)' 구축과 AI 소프트웨어 프로젝트 '매크로하드(Macrohard)'를 공동 추진 중이며, 테슬라는 최근 2년간 스페이스X에 수억달러 규모의 배터리와 차량을 공급했다. 머스크의 AI 기업 xAI도 올해 초 스페이스X와 통합되면서 양사 협력 관계는 더욱 강화됐다.

합병이 이뤄지면 머스크의 사업 영역은 로켓과 우주발사체 제조를 넘어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AI 모델 개발, 자율주행 로보택시, 휴머노이드 로봇, 태양광 사업, 데이터센터,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까지 확대된다. 업계에서는 이를 '머스크 제국(Musk Empire)' 또는 '일론 주식회사(Elon, Inc.)' 시나리오로 부른다.

스페이스X 직원들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기념 행사에서 증시 마감을 축하하고 있다./연합뉴스

다만 합병 과정에서 소액주주 반발과 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머스크가 사실상 양측 모두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거래 조건이 특정 회사에 유리하게 설정될 경우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위치한 텍사스 기업법상 주주들이 합병을 저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재 텍사스에서는 지분 3% 이상을 보유해야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현재 테슬라 시가총액이 약 1조5000억달러(2287조35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반대 주주들이 최소 450억달러(68조6025억원) 규모의 주식을 공동 보유해야 한다.

미국 델라웨어대 와인버그 기업지배구조센터 설립자인 찰스 엘슨 교수는 "머스크는 이제 사실상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양사의 사업적 시너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스페이스X가 추진 중인 우주 데이터센터가 현실화하면 AI 사업에서도 오픈AI와 앤스로픽 등을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자산운용사 ARK인베스트의 타샤 키니 분석가는 "테슬라의 반도체·데이터센터 구축 역량과 스페이스X의 우주 운송 기술이 결합하면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에서 강력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두 회사의 합병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