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최종 확정했다. 전 세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 상장이다.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로이터 보도를 종합하면 스페이스X는 이날 공모가를 당초 제시했던 예비 공모가인 135달러로 못 박았다. 보통 상장을 앞둔 기업은 가격 범위를 제시한 뒤 수요 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하지만, 스페이스X는 이런 관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가격을 고정했다.
이번 상장으로 스페이스X는 주식 5억5560만주를 매각해 총 750억달러(약 101조원)를 조달한다. 주간사 은행에 부여한 초과배정(오버얼롯먼트) 옵션 8330만주가 전량 행사될 경우 조달 금액은 860억달러(약 130조원)까지 늘어난다. 이는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세운 기존 최고 기록 294억달러를 세 배 가까이 뛰어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투자자들은 전체 배정 물량 대비 4배가 넘는 매수 주문이 넣을 만큼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일론 머스크를 추종하는 개인 투자자 군단이 전체 배정 물량 20%를 훌쩍 뛰어넘는 1000억달러 규모 매수 주문을 넣으며 흥행을 견인했다. 공모가 기준 스페이스X 시가총액은 1조7700억달러(약 2686조원)다. 임직원 스톡옵션 등을 포함한 완전 희석 가치로는 1조8000억달러(약 2732조원)에 육박한다. 단숨에 머스크가 이끄는 또 다른 기업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최고경영자(CEO) 머스크 자산도 약 9700억달러(약 1472조원)로 치솟아 세계 최초 조만장자 등극을 눈앞에 뒀다. 그는 상장 이후에도 차등의결권을 통해 84%에 달하는 압도적 지배력을 유지한다.
투자자들은 스페이스X를 단순한 우주 기업이나 방위산업체가 아닌 '전략적 기술' 기업이라는 새로운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2025년 기준 미국 정부 중대형 우주 발사 임무 12회 중 11회를 독점하다시피 전담했다. 저궤도 위성통신망 스타링크 위성 1만개도 운영 중이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필수 인프라이면서도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 수준 성장성과 가격 결정력을 동시에 갖췄다는 분석이다. 최근 구글 및 앤스로픽 등과 맺은 월 최대 21억7000만달러 규모 인공지능(AI) 컴퓨팅 인프라 제공 계약도 기업 가치를 대폭 끌어올린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수익성 대비 기업 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경계 목소리도 분명하다. 막대한 정부 의존도가 향후 규제와 국방부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 요인도 상존한다. 유명 공매도 투자자 제임스 차노스 차노스앤컴퍼니 설립자는 지난 10일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희망과 꿈에 기댄 IPO"라며 기초체력이 아닌 머스크와 AI를 향한 열광이 만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반면 킴 포레스트 보케캐피털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들은 미래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며 시장 기대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앤서니 살림빈 아메리프라이즈 수석 시장 전략가도 "오픈AI 등 향후 예정된 거대 AI 기업 상장의 전조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스페이스X 주식은 12일 나스닥과 나스닥 텍사스에서 종목코드 SPCX로 거래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