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위헌 판결을 우회하기 위해 꺼내든 글로벌 10% 관세가 당초 유효기간인 오는 7월 하순까지 생명력을 유지할 전망이다. 지난달 관세 부과가 무효라는 1심 법원 판결이 나왔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2심 최종 판단 전까지 기존 관세 징수를 유지하도록 명령했다.

12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전날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법 122조를 기반으로 부과한 글로벌 10% 관세와 관련해, 1심 법원이 내린 집행 정지 효력을 2심 본안 판결 때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12일 1심 판결 직후 내렸던 임시 집행 정지 조치를 추가 심리를 거쳐 정식으로 연장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항에 정박한 에버 메모 컨테이너선. /연합뉴스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내린 국제수지 적자 관련 법률 해석에 오류가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관세 징수를 당장 멈출 경우 연방정부에 회복할 수 없는 금전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7일 1심 승소로 관세 면제 혜택을 받았던 워싱턴주와 장난감 수입업체 베이직 펀, 향신료 수입업체 버랩 앤드 배럴 등 원고 3곳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다시 10% 관세를 물게 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관세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이를 모든 기업에 보편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에게만 범위를 한정했다.

이번 법정 공방은 트럼프 대통령이 강행한 통상 압박 정책에서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이 지난 2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바탕을 둔 상호관세를 위법이라고 철퇴를 내리자, 곧장 무역법 122조를 발동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10% 보편 관세를 부과했다. 대규모 국제수지 적자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대통령에게 최대 150일 동안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는 예외 조항을 일종의 징검다리로 삼았다.

글로벌 10% 관세는 규정에 따라 예정된 7월 하순 무렵 자동 만료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유예 기간 동안 무역법 301조 조사를 서둘러 마무리해 상호관세 공백을 메우는 새 징벌적 관세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일 강제노동을 근거로 한국에 12.5%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주변국에 대한 통상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재계와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항소법원 판단으로 당분간 수입업체와 소비자 세금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관세 연합 단체 위 페이 더 타리프 소속 댄 앤서니 전무이사는 로이터에 "미국 기업들은 관세가 본격 시행된 지난 3월 한 달에만 무려 80억 달러에 달하는 122조 관세를 지불했다"며 "법원이 항소 기간 중 관세 징수를 전면 차단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조세 정책 연구기관 조세재단 역시 "무역법 122조 관세가 예정대로 150일 뒤 종료되더라도, 2026년 기준 미국 평균 실효 관세율은 5.7%로 추산되며 이는 1972년 이후 최고치"라고 분석했다. 재단은 "위헌 판결로 정부가 징수한 1660억 달러를 환급해야 하지만, 관세가 유지되는 동안 실제 적용 세율은 11.7%에 달해 경제적 타격은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