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란을 겨냥한 경제 제재 강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란이 주변 걸프 국가에 입힌 물리적 피해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모두 이란 동결 자금에서 강제 징수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종전 협상 핵심 쟁점인 자금 반환을 무기로 이란을 옥죄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1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이란이 벌이는 전쟁을 '제로섬 게임'으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성명에서 "걸프지역 우리 동맹국에 입힌 모든 피해는 이란 계좌에서 압류된 자금으로 배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페르시아만해협청에 납부된 통행료는 그들 계좌에서 압류된 자금으로 상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이 감행하는 어떤 공격도 이란이 직면한 경제적·재정적 대가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고 덧붙였다.
페르시아만해협청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직접 통제할 명분으로 신설한 기구다. 글로벌 원유 핵심 통로를 틀어쥐고 국제사회를 압박하려는 의도다. 미국 정부는 이에 맞서 군사적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미군은 이란이 9일 아파치 헬기를 격추한 사건을 빌미로 10일부터 이틀 연속 이란 본토를 공습했다. 11일 오전에도 "작전 강도를 더욱 높여 이란 주요 시설을 타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란 자산으로 동맹국 피해를 복구하는 실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일 베선트 장관 지시로 미국 당국자들이 걸프 우방국들이 입은 손해 규모를 정밀 산정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로이터 등 외신은 베선트 장관이 언급한 자산이 제재로 묶인 기존 자금인지, 새로운 형태의 금융 제재인지는 불명확하다고 했다.
이란은 미국 측 압박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부 차관은 11일 엑스(X)에 미국이 동맹국 재건 비용을 이란 자금으로 충당할 권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가리바바디 차관은 "이란 자산은 미국이 챙길 전리품도 아니고, 미국 동맹국에 지급할 자금도 아니다"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하며 평화 협상도 험로를 걷고 있다. 현재 국제 금융망에 묶인 이란 동결 자금은 1000억 달러(약 153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란 정부는 종전 협상 선결 조건으로 240억 달러(약 36조 8000억 원) 반환과 전쟁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매파 정치인들로부터 동결 자금을 절대 해제하지 말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 폐기와 레바논 휴전 조건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양측 시각차가 커 단기 합의는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