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현행 3.50∼3.75%를 유지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중동 지역 분쟁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행정부가 원하는 금리 인하 압박에도 제동을 걸렸다. 이와 함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임기 종료 후에도 연준 이사직을 유지하겠다고 선언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충돌을 예고했다.

29일(현지시각)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1992년 10월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4명에 달하는 반대 의견이 쏟아지며 연준 내부 분열을 여실히 드러냈다.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동결론에 반대표를 던졌다. 반면 베스 해먹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로리 로건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금리 동결에는 찬성하면서도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완화적 기조를 유지하는 데 반대했다.

파월 의장 행보도 큰 파장을 낳았다. 파월 의장은 오는 5월 15일 의장 임기를 마친다. 파월 의장은 차기 의장 취임 시 조직을 떠나던 오랜 관례를 깨고, 2028년 초까지 이사직을 유지할 계획이다.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 수사 등 자신을 겨냥한 트럼프 행정부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연준을 향한 일련의 법적 공격이 참으로 우려되며, 이는 정치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우리 능력을 위협한다"며 "이러한 공격이 기관을 파괴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투명하고 최종적으로 조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이사회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해왔으며, 그 입장을 고수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연준 독립성에 맞불을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가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지켜봐야겠지만 그래야 할 것"이라며 "지금이 금리를 내릴 적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관세 여파와 중동 분쟁이라는 공급 충격을 겪고 있다.에너지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물가상승률은 3%대에 머물며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돈다. 워시 지명자가 취임하더라도 고착화하는 물가 불안과 금리를 내리라는 대통령 압박 사이에서 통화정책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