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글로벌 항공업계의 실적 부담과 운항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사우스웨이스항공의 항공기./연합뉴스

23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의 1분기 매출은 72억5000만달러(10조7278억2500만원)를 기록하면서 시장 전망치인 72억9000만달러(10조7913억8700만원)에 못 미쳤다. 2분기 주당순이익(EPS)도 0.35~0.65달러로 제시해 시장 예상치(0.59달러)를 밑돌 것으로 봤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2026년 연간 실적 전망은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연간 실적 목표 달성하려면 연료비가 낮아지거나 매출이 더 늘어야 한다"며 "상황에 따라 연간 실적 전망치는 추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 주된 이유는 이란 전쟁 여파로 항공유 공급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응해 '역봉쇄'에 나서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이 차단됐고, 이에 따라 항공유 시장 전반의 공급 경색이 심화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유럽 항공유 가격은 120% 이상 상승했다.

실적 부담이 커진 것은 사우스웨스트항공뿐이 아니다. 앞서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연간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기존 12~14달러에서 7~11달러로 대폭 낮췄다.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10.6%, 80.6% 증가하며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향후 비용 부담 확대를 반영해 연간 전망을 크게 낮춘 것이다. 미국 델타항공과 알래스카항공 역시 연간 실적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거나 철회했다.

에드 배스티언 델타항공 최고경영자는 이번 분기 연료비가 약 25억달러(3조6980억원)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익성이 낮은 노선은 축소하거나 재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는 항공업계 전반에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럽 항공사들 사정도 다르지 않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10월까지 약 2만편의 단거리 노선 항공편을 취소하겠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루프트한자는 그동안 파업에 따른 손실과 중동 전쟁으로 급등한 유가 영향으로 적자 노선들의 손실액을 줄이는 조치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항공사인 KLM도 다음 달 160편에 대해 운항을 줄이기로 했다.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은 4월 한 달 항공편 1000편을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전쟁의 충격이 초기에는 중동 지역 항공사와 공항, 영공에 국한됐지만, 현재는 전염병처럼 확산해 글로벌 항공 수요 전반을 흔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수요 둔화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업계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유럽 내 항공유 재고가 약 6주분에 불과하다며,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대규모 항공편 취소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