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전쟁 대응을 둘러싸고 미 민주당에서 대통령의 권한 이양을 규정한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을 촉구하면서 법안의 위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뉴스

7일(현지 시각) 정치 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민주당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해임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존 라슨 14선 하원의원은 탄핵 소추안을 발의,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직 해임 요건을 이미 넘어섰고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여기에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비롯해 민주당 인사 70명은 수정헌법 제25조 발동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초강경 발언을 쏟아낸 데 대해 그가 전쟁범죄를 예고했으며 미국의 안보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한 협상 시한을 앞두고 연일 이란에 "오늘 밤 하나의 문명이 사라질 것",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지옥을 보게 될 것"이라 공세를 퍼부은 바 있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을 해임하는 대표적 수단은 의회의 탄핵이나, 수정헌법 제25조는 대통령이 참모진에 의해 권한이 박탈될 수 있는 별도의 절차를 규정한다. 미국 부통령과 내각 과반이 대통령에 대해 직무 수행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이 조항을 발동할 수 있으며, 대통령 반발 시에도 부통령과 내각의 입장 유지 하에 의회가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이끌어내면 최종 해임을 결정할 수 있다.

조항은 본래 대통령·부통령 승계와 관련, 헌법적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1841년 윌리엄 해리슨 대통령 사망 당시 존 타일러 부통령의 지위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으며, 이후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을 계기로 도입 필요성이 더욱 확대됐다. 케네디 대통령 피격 당시 그의 생존 여부와 직무 수행 가능성을 둘러싼 혼란이 이어지면서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부각됐고, 결국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이 권한대행을 맡도록 절차를 규정한 법이 제정된 것이다.

다만 수정헌법 25조는 올해 초에도 거론된 바 있다. 지난 1월 그린란드 침공을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민주당 소속 에드 마키 상원의원과 시드니 캠라거도브·야사민 안사리·에릭 스왈웰 등 하원의원은 해임을 요구, 법 발동을 촉구했으며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침공을 결정한다면 탄핵을 고려할 것"이라는 비판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후 그린란드를 병합하는 대신 그린란드 내 미군 기지에 대한 주권을 인정받기로 협의하면서 논란은 잦아들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집권 당시에도 25조는 여러 차례 거론된 것으로 관측된다. 예컨대 2018년에는 로드 로젠스타인 전 법무부 부장관이 내각 인사들을 설득해 조항 발동을 논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비슷한 시기 뉴욕타임스(NYT)에선 "내각 내부에서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대한 초기 논의가 있었지만 헌정 위기를 우려해 실행되지 않았다"는 고위 당국자의 말이 보도되기도 했다. 로젠스타인 부장관은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이 있었다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감독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거듭한 인물이다.

2021년 1월 미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에도 하원은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나,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상징적 조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 국무장관은 이후 조사에서 "25조 발동이 내각 내부에서 언급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실제 발동을 진지하게 검토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이 조항은 지금까지 현직 대통령을 해임하는 데 사용된 적은 없으며, 이러한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 해임에 적용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 리처드 닉슨 대통령과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부통령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법은 총 두 차례 활용됐으며, 이 외에는 실질적인 발동 움직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정헌법 25조가 부통령과 내각의 정치적 결단, 나아가 의회의 초당적 동의까지 요구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장벽이 매우 높다고 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2기 내각이 높은 충성도를 보이는 인사들로 구성된 점 또한 발동 가능성을 낮추는 요소로 지목된다.

실제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주요 관료 대다수는 트럼프 대통령 본인 및 그의 일가와 깊은 인연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