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무력 충돌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인 액화천연가스(LNG) 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전 세계 가스 시장이 충격에 빠졌다. 세계 최대 LNG 수출국 중 하나인 카타르가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생산 시설 가동을 전면 중단하자, 유럽과 아시아의 가스 가격이 장중 50% 가까이 폭등했다.
카타르 국영 에너지 기업 카타르에너지(QE)는 2일(현지시각) 북부 라스라판과 메사이이드 산업단지 내 LNG 생산 시설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을 중단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카타르 국방부는 이란에서 발사된 드론 2기가 시설을 타격했으나 인명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데 대한 이란의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카타르는 전 세계 LNG 공급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핵심 공급처다. 특히 카타르산 LNG의 대부분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운송되는데, 이번 사태로 생산과 운송이 동시에 위협받게 됐다. 카타르에너지는 조만간 LNG 선적에 대해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가격은 즉각 반응했다. 유럽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메가와트시(MWh)당 47.44유로까지 치솟으며 전 거래일 대비 최대 48% 급등했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큰 하루 상승 폭이다. 아시아 LNG 현물 가격(JKM) 역시 100만 BTU당 15.068달러로 약 39% 상승하며 수급 불안을 반영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카타르산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보다 심각한 충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 운송이 한 달간 중단될 경우 유럽 가스 가격이 현재의 배 이상으로 뛸 것으로 내다봤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대형 보험사들이 오는 5일부터 걸프 해역 진입 선박에 대한 전쟁 위험 보장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물류 대란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 시설 피격과 이스라엘의 주요 가스전 가동 중단 소식과 맞물려 글로벌 에너지 시장 전반을 흔들고 있다. 우리 정부도 중동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며 에너지 수급 및 가격 변동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비상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