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학자금 대출 연체자가 급증하고 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당시 시행했던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서 연체율이 급등, 고용 한파로 청년층 상황까지 악화하면서 금융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들어 최소 900만명의 채무자가 학자금 대출 상환을 한 차례 이상 놓친 것으로 집계됐다. 미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계 대출 전반의 부실률이 비교적 안정적인 가운데 학자금 대출만이 '두드러진 예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연체 규모는 급격히 커지고 있다. 미국 전체 학자금 대출 잔액은 약 1조7000억달러로, 이 중 90일 이상 연체된 비율은 지난 3분기 기준 9.6%에 달한다. 이 비율은 전년 동기 0.5%를 기록, 1년 만에 1820%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FSOC는 "신용 정보 보고가 재개된 이후 900만명이 넘는 학자금 대출자가 연체 상태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연체 급증의 배경으로는 둔화된 미국 노동시장이 지목된다. 갓 사회에 진출한 졸업생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상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찰리 와이즈 트랜스유니언 글로벌 부문 부사장은 "채무자들은 말 그대로 돈이 없다"며 "최근 고용 시장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트랜스유니언이 상환을 놓친 대출자 196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가 "상환할 여력이 없다"고 답했으며, 약 4분의 1은 "정부의 학자금 탕감 정책과 관련해 추가 혜택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학자금 대출 월 상환액은 중간값 기준 약 200달러 수준이다.
앞서 미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연방 학자금 대출을 상환 유예 상태로 전환한 바 있다. 이 조치는 여러 차례 연장됐는데, 상환은 2023년 10월 재개됐으나 연체 조치가 공식 분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부터다. 와이즈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 "상환 시스템을 재가동하는 데 정부가 지나치게 미온적으로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연체는 개인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용평가 시스템 밴티지스코어에 따르면, 올해 학자금 대출 상환에 실패한 차주의 신용 점수는 평균 100포인트 하락했으며, 신용 등급이 600점대 초반 '준우량(near-prime)'에서 550점 미만 '서브프라임(subprime)'으로 떨어지는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FSOC 또한 보고서에서 신규 연체자 56.6%는 신용 점수가 620점 아래로 떨어졌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이앤 스웡크 KPMG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당수 개인이 소액 상환에 막혀 신용 시장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이들은 자산 형성 기회가 더욱 좁아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