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 추가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반(反)관세' 연설을 인용해 제작한 TV 광고가 발단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광고가 '사기'이자 '적대적 행위'라고 했다.

2025년 10월 24일 온타리오주 포인트 에드워드의 블루워터 브리지 국경 검문소 옆에서 미국과 캐나다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 순방을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한 상태에서 본인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캐나다가 로널드 레이건 연설에 대한 사기 광고를 올리다 현행범으로 잡혔다"고 썼다. 이어 "사실에 대한 중대한 왜곡이자 적대적 행위"라며 "현재 그들이 내는 것에 더해 캐나다 관세를 10% 인상한다"고 했다. 백악관이나 캐나다 총리실, 온타리오 주정부는 아직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0% 인상'이 정확히 어떤 관세에 적용되는지 세부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문제가 된 광고는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가 약 7500만 달러(약 1000억원)를 들여 미국 TV 방송국에 송출한 1분 분량 영상이다. 이 광고는 1987년 레이건 전 대통령 전국 라디오 연설 일부를 인용했다. 광고 속에서 레이건 전 대통령은 관세가 "모든 미국 노동자와 소비자에게 해를 끼친다"거나 "격렬한 무역 전쟁을 촉발한다"고 말한다. 온타리오주는 이 광고를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중계 도중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온타리오주 최대 도시 토론토 소속인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캐나다 유일한 메이저리그 팀으로 현재 LA 다저스와 리그 정상을 가리는 월드시리즈에서 맞붙은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0월 7일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 광고를 '가짜'라고 비난하며 캐나다와 모든 무역 협상 중단을 선언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더그 포드 온타리오 주지사는 24일 "무역 협상 재개를 위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논의했다"고 밝혔다. 온타리오주는 오는 27일부터 해당 광고 캠페인을 일시 중단(pause)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적인 중단을 원했다. 그는 25일 "(온타리오주 정부가)광고를 즉시 내려야 했지만, 그들은 사기임을 알면서도 월드시리즈 내내 광고가 나가도록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다음 달 열릴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광고를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 전반이 위헌인지를 다루는 재판이다. 앞서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등 수십 개국에 광범위하게 부과한 관세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패소하면, 펜타닐 밀매와 불법 이민을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한 관세 등이 무효화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건을 "역대 가장 중요한 소송"이라 칭하며 캐나다 광고가 "재판을 방해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레이건은 국가 안보와 경제를 위해 관세를 사랑했다"며 캐나다가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 유산을 관리하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단 및 연구소 역시 광고에 문제를 제기했다. 재단은 온타리오 주정부가 "발언 사용이나 편집에 대한 허가를 요청하거나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재단 성명은 광고가 "선별적인 음성과 영상을 사용했으며 레이건 전 대통령 발언을 잘못 전달한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은 24일 "트럼프 대통령 분노는 단지 광고 하나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수개월간 협상 과정에서 캐나다가 보여준 행동과 자세에 대한 좌절감이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더그 포드 온타리오주 총리가 2025년 3월 4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및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25% 관세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캐나다산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목재, 에너지 등 주요 수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BBC에 따르면 미국은 이미 캐나다산 금속에 50%,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 중이다. 나머지 캐나다 상품 전반에도 35% 관세를 매겼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적용을 받는 상품은 대부분 관세가 면제된다. 이번 10% 인상은 이 기존 관세에 더해지는 조치다.

관세 장벽은 양국 경제와 국민 정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캐나다 실업률은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도 캐나다인들 미국 방문 육로 여행이 올해 9월까지 31% 감소했다. 미국 증류주 캐나다 수출액은 2분기에 85% 급감했다.

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차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아직 새 관세 조치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말레이시아에서 카니 총리와 만날 "의향이 없다"고 동행 기자단에 말했다.

전 캐나다 총리 비서실장이었던 데릭 버니는 CBC와 인터뷰에서 "(과거) 미국과 캐나다 협정을 이끈 힘은 자유 무역에 대한 (레이건) 대통령과 총리들의 확고한 의지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