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일가가 주도하는 가상화폐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 코인이 1일(현지시각) 시장에 데뷔했다. 거래 첫날 가격은 급등 후 하락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트럼프 일가는 사전에 설계된 내부 거래로 수천억 원대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직 대통령 가족이 벌이는 사업 활동을 두고 현지 언론들은 전례 없는 이해충돌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블룸버그에 따르면 WLF가 발행한 '$WLFI' 토큰은 바이낸스, OKX 등 세계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 일제히 상장됐다. WLFI는 거래 시작 직후 개당 20센트대에서 40센트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22~24센트 수준으로 하락 마감했다.

에릭 트럼프(가운데)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왼쪽), WLF 공동 창립자 겸 CEO 잭 윗코프(가운데 왼쪽), 그리고 WLF 공동 창립자이자 ALT5 이사회 참관인 잭 포크먼(오른쪽)과 2025년 8월 13일 나스닥 개장 벨을 울리고 있다. /연합뉴스

거래 성적은 부진했지만, 트럼프 일가는 막대한 '장부상 자산'을 확보했다. 트럼프 일가는 전체 발행량 1000억 개 중 약 22.5%인 225억 개 토큰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약 50억 달러(약 7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트럼프 가문이 수십 년간 일군 호텔, 골프장 등 부동산 자산 가치를 뛰어넘는다.

트럼프 일가는 $WLFI 거래 실적과 무관하게 현금을 챙기는 구조를 마련해놨다. WLF는 토큰 상장 전 나스닥 상장사 알트5 시그마(Alt5 Sigma)와 특수 관계를 맺었다. WLF 공동창업자 잭 위트코프는 지난 8월 알트5 회장에 올랐고, 트럼프 대통령 차남 에릭 트럼프는 이사회 이사로 합류했다. 경영권을 확보한 이들은 알트5가 15억 달러를 투자해 WLFI 토큰을 매입하도록 결정했다. 이 거래로 발생한 매출 가운데 75%는 약정에 따라 트럼프 일가 소유 법인 'DT Marks DEFI'에 지급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금액이 수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7월 27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현지 매체와 정치권에서는 현직 대통령 가족이 직접 가상화폐 사업을 벌이고, 대통령은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에 서명하는 상황을 두고 '심각한 이해충돌'이라고 비판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등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대통령 가족의 금전적 이해관계가 가상화폐 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백악관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존 리드 스타크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변호사는 "과거에는 이런 관계를 숨기려 했지만, 이제는 대통령 가족이 훈장처럼 축하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실제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밈코인이 아니다. 돈이 움직이는 방식을 바꾸는 실제 생태계의 중추"라며 WLFI 상장을 자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