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세계 1위 음료 브랜드 코카콜라가 40년 된 레시피를 바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본인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코카콜라가 미국에서 파는 콜라에 진짜 사탕수수 설탕(REAL Cane Sugar)을 쓰는 데 동의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어 그는 "그게 그냥 더 낫다!(It's just better!)"고 덧붙였다.
코카콜라는 즉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브랜드에 보여준 열정에 감사한다"고 화답했다. 또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곧 공유하겠다"고 했다.
코카콜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다. 매일 200여 국가에서 20억잔씩, 초당 2만잔이 넘게 팔린다.
다만 국가 별로 원재료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 가령 미국에서 팔리는 콜라는 단맛을 고과당 옥수수 시럽(High-Fructose Corn Syrup·HFCS)으로 낸다. 보통 액상과당이라 부르는 물질이다.
1886년 처음 선보인 원조 코카콜라는 당연히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비정제 설탕(sucrose)을 기반으로 했다. 하지만 1970년대 미국 정부가 자국 농가 보호를 명분으로 수입 설탕에 높은 관세와 쿼터를 부과하면서 비정제 설탕 가격이 폭등했다.
반대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옥수수는 남아돌았다. 옥수수 가공업체들은 이 싼 옥수수로 설탕과 비슷한 단맛을 내는 액상과당을 대량 생산했다. 코카콜라를 포함한 음료·식품 회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앞다퉈 설탕을 액상과당으로 대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코카콜라는 창립 100년 만인 1985년 감미료를 100% 액상과당으로 전환했다.
멕시코나 호주처럼 사탕수수 생산량이 많거나, 유럽처럼 무역 장벽이 낮은 국가에서 코카콜라는 이후에도 전통적인 방식대로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했다.
미각이 민감한 일부 미국 소비자들은 이 미묘한 차이를 알아챘다. 이들 사이에서 '멕시코산(産) 콜라'는 하나의 밈(meme·유행 콘텐츠)이 됐다. 사탕수수 설탕이 들어간 콜라가 '더 깨끗하고 상쾌하다'는 입소문이 퍼지자 비싼 가격에도 일부러 멕시코산 코카콜라를 찾아 마시는 마니아층까지 생겼다.
사탕수수 설탕은 분자 구조상 포도당과 과당이 1 대 1로 결합한다. 수학적으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두 당은 혀에서 분해되면서 더 부드럽고 복합적인 단맛을 낸다.
액상과당은 포도당과 과당이 따로 떨어진 상태다. 보통 과당 비율이 55%로 약간 더 높다. 이 때문에 사탕수수 설탕보다 더 직설적이고 강한 단맛을 남긴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과연 일반인들 미각으로 이 미묘한 사탕수수 설탕과 액상과당의 차이점을 알아차릴 수 있을까. 과학적 분석이나 다수 소비자 테스트는 '차이를 알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미국 소비자 잡지 컨슈머 리포트는 2011년 진행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상당수 참가자가 사탕수수 설탕을 사용한 콜라와 액상과당 콜라 사이 미묘한 맛 차이를 감지해냈다고 전했다.
두 설탕은 영양학적으로 보면 차이가 거의 없다. 사탕수수 설탕과 액상과당은 칼로리가 그램(g)당 4kcal로 동일하다. 대사되는 과정도 거의 같다. 체내에 흡수되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된다.
학계에선 어떤 종류 당을 사용하든 과다 섭취가 비만과 대사질환의 원인이라고 본다. 액상과당이 사탕수수 설탕보다 특별히 더 해롭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두 감미료가 안전성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코카콜라에도 사탕수수 설탕 사용은 새로운 맛으로 변화라기 보다 원래 맛으로 회귀에 가깝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985년 이후 코카콜라가 40년간 공고하게 구축한 미국 내 액상과당 공급망을 뒤흔들고,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지닌 옥수수 농가와도 등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미국 옥수수 업계는 성명을 내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존 보드 미국 옥수수정제협회 회장은 "액상과당을 사탕수수 설탕으로 대체하는 행위는 미국 식품 제조업 일자리 수천개를 없앤다"며 "농가 소득을 감소시키며, 외국산 설탕 수입만 늘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는 임기 내내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 농업을 지탱하는 콘 벨트(Corn Belt)에서 생산한 옥수수 대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사탕수수 설탕을 쓰라고 압박한다. 기존 정책과 결이 다른 역설적 결정이다.
식품전문매체 테이스팅 테이블은 전문가를 인용해 "한 정치인의 변덕이라기보다, 명확하고 깨끗한 성분 표기를 선호하는 거대한 소비자 흐름과 정치적 압력이 맞아 떨어진 복합적 사건"이라며 "코카콜라 이후 다른 식품 기업 원료 정책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본인은 널리 알려진 콜라광이다. 하루에 다이어트 콜라를 12캔씩 마신다. 그는 1기, 2기 집무실에 별도로 빨간색 '콜라 버튼'을 마련해 두고 콜라가 마시고 싶을 때마다 이 버튼을 눌렀다. 그러면 보좌진이 집무실로 차가운 콜라를 즉시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