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를 결정한다. 연준이 9월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리라는 것은 확실시되는 분위기라 시장은 금리 인하 폭에 주목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할 연준이 0.25%포인트를 인하하며 스몰컷으로 시작할지, 0.5%포인트를 인하하는 빅컷으로 시작할 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일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한 연설에서 모든 옵션을 열어뒀다. 파월 의장은 당시 “금리 이동 방향은 명확하다”며 “금리 인하의 시기와 속도는 유입되는 데이터, 변화하는 전망, 위험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 로이터

최근 경제 데이터는 엇갈린 상황이다. 미국 노동부는 11일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2.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2.5%)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7월 상승률이 2021년 3월(2.6%) 이후 3년 4개월 만에 2%대로 진입한 뒤 한 달 만에 상승폭이 또 축소됐다.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해 예상치(0.2%)는 물론 전월 수치(0.2%)와 같았다.

하지만 세부 항목별로 보면 주거비가 오르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8월 주거비는 전월 대비 0.5% 오르며 전월치(0.4% 증가)를 소폭 웃돌았다. 8월 교통서비스 물가는 전월 대비 0.9%나 올랐다. 지난 4월 이후 최대폭이다. 이에 인플레이션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어 연준이 9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었다. 여기다 근원 CPI도 시장 전망을 소폭 웃돌면서 스몰컷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많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 전문가 예상치는 각각 0.2%, 3.2%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에 따르면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는 비중이 85%다.

◇ “0.25%포인트 인하로 시작하는 게 가장 안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연준은 일반적으로 0.25%포인트 단위로 움직이는 것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수정 폭이 작을수록 정책 변화의 효과를 연구할 시간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WSJ는 전현직 관리들을 인용해 “스몰컷으로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것은 경제가 근본적으로 괜찮다는 전제 하에 이뤄진다”며 “빅컷으로 금리 인하를 시작하면 경제에 대한 더 큰 경각심을 전달하거나 시장이 더 빠른 속도로 금리 인하를 예상하게 만들 수 있고, 이로 인해 시장 랠리를 촉발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끝내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빅컷을 할 경우 시장이 11월과 12월 회의에서도 연준이 빅컷에 나설 것이라고 가정할 것이라는 위험도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성조기 전광판 근처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 AP 연합뉴스

이에 스몰컷을 지지하는 이들은 연준이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0.25%포인트 인하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분석을 한다.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에스더 조지는 “0.25%포인트 인하로 시작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며 “‘잠시 금리 인하 정책을 유지할 수도 있고, 상황이 나빠 보이면 더 강하게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했다.

◇ “경기 침체 우려 가득, 빅컷으로 시작해야”

하지만 일각에선 경제가 침체할 것으로 보이면 금리 인하 속도를 높이는 것이 낫다는 견해도 있다. WSJ는 “11월과 12월에 0.5%씩 인하할 것이라고 가정할 경우 금리가 최종 목적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지금 빅컷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고 봤다.

또한 빅컷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이들은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부담으로 미국 경기가 둔화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운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 오스틴 굴스비는 지난주 인터뷰에서 “실업률이 연준이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선 지금 금리 인상 주기에서 가장 제한적인 조치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금융시장이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를 표시할 때 FOMC는 보통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쪽을 선택하기에 9월에 빅컷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001년 초, 2007년 세계 금융 위기 초기가 그 예다. 존스홉킨스 대학 금융경제센터의 파우스트 교수는 올해 안에 총 10%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0.25%포인트 인하로 시작하면 올해 말에 더 큰 금리 인하를 계획했음에도 왜 빅컷으로 시작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