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향후 3년간 아프리카에 3600억위안(약 67조7300억원)의 재정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아프리카 모든 수교국과의 양자 관계를 ‘전략적 관계’로 격상하고, 무역·산업 등 경제부터 인문 교류, 군사 안보까지 전방위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FOCAC)’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중국과 수교한 모든 아프리카 국가 간 양국 관계를 ‘전략적 관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의 전반적 특성도 새로운 시대의 미래를 공유하는 ‘전천후 중국-아프리카 공동체’로 격상할 것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중국은 유엔(UN)에 가입된 54개 아프리카 국가 중 대만 수교국인 에스와티니를 제외한 53개국과 수교를 맺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FOCAC)'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시 주석은 “중국과 아프리카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라며 “우리의 현대화가 없다면 세계의 현대화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3년간 아프리카와 협력해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 현대화를 주도하기 위해 10가지 파트너십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10가지 파트너십 조치는 ▲문명 상호 이해(互鑑) ▲무역 번영 ▲산업망 협력 ▲상호 연결 ▲발전 협력 ▲보건 건강 ▲농업 진흥·복지 ▲인문 교류 ▲녹색 발전 ▲공동 안보 등이다.

무역 번영의 경우, 중국은 아프리카 33개국을 포함해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최빈개도국(LDC)에 100% 무관세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자발적이고 독자적으로 시장을 더 넓게 개방할 것”이라며 “아프리카 농산물에 대한 시장 접근을 확대하고, 전자상거래 및 기타 분야에서 아프리카와 협력을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업 진흥·복지 부문에서는 10억위안(약 1900억원) 규모의 긴급 식량을 지원하고, 6670만㎡(약 2000만평) 규모의 표준화된 농업 실증 지역을 아프리카에 건설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아프리카 (농업 분야)에서 최소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이 외에도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30개의 청정 에너지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우주 탐사 분야에서도 협력하는 등 아프리카의 녹색 개발을 지원한다. 공동 안보를 위해선 10억위안의 군사 지원 보조금을 지급하고, 6000명의 군인과 1000명의 경찰 및 법 집행 인력을 대상으로 교육을 제공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이러한 10대 파트너십 행동을 이행하기 위해 향후 3년간 3600억위안의 재정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는 2100억위안의 신용 한도와 800억위안의 다양한 지원, 중국 기업들의 최소 700억위안 규모 아프리카 투자로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가 중국에서 판다본드(외국 정부·기관이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를 발행하도록 장려하고 지원할 것이라고도 했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6년 만에 개최된 올해 FOCAC는 최근 중국이 개최한 외교 행사 중 가장 큰 규모다. 참석 대상인 아프리카 53개국 중 40여개국에서 대통령, 총리 등 정상급 인사들이 총출동했고,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들도 베이징에 집결했다. 시 주석은 지난 2일부터 베이징을 찾은 아프리카 20여개국 정상과 연쇄 양자 회담을 갖고 무역구조 개선과 부채 문제 등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