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 매장 오픈 50주년을 맞았다. 오픈 당시 향후 50년 동안 세계 최대 편의점 체인으로 성장할 방안을 고민하던 세븐일레븐은 이제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운영사이자 모회사인 일본 세븐앤아이홀딩스가 캐나다 유통기업 알리멘타시옹 쿠시타르(이하 쿠쉬타르)에서 인수 제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닛케이(니혼게이자이신문)는 30일 “일본에선 세븐일레븐이 가진 존재감보다 시장 가치가 낮게 평가받은 탓에 인수 시도가 이뤄졌다”며 “일본 최대 기업조차 해외 기업의 인수에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일본 도쿄의 세븐일레븐 편의점. / 로이터

세븐앤아이홀딩스는 지난 19일 “회사는 쿠쉬타르로부터 회사의 모든 발행 주식을 인수하겠다는 구속력 없는 비밀 예비 제안을 받았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며 쿠쉬타르가 인수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세븐앤아이홀딩스는 제안을 검토하기 위해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구성된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2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븐앤홀딩스는 인수 제안을 받은 직후 일본 정부에 ‘핵심 기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핵심 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일본·대외무역법에 따라 해당 기업 지분을 10% 이상 매입하려면 사전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는 일본 정부에 보호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세븐앤아이홀딩스 경영진이 인수에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일본·대외무역법은 항공우주, 원자력, 희토류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기 때문에 세븐일레븐이 핵심 기업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낮다.

세븐앤아이홀딩스가 핵심 기업 지정을 요청한 사유는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세븐일레븐이 식량과 생필품을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민이 공문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인에게 세븐일레븐은 단순한 편의점을 넘어 ‘삶의 일부’로 여겨진다. 세븐일레븐 매장은 일본에만 2만1000개가 넘고, 작은 도시는 물론 시골에도 있다. 직장인은 점심시간에 세븐일레븐에서 갓 만든 도시락을 먹고, 십 대들은 밤늦게 라멘을 먹으며, 일찍 일어나는 노인은 차를 마시러 들린다. 세금을 내고 필수품을 사는 것은 물론 복사·인쇄를 하고 소포도 발송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에선 (세븐일레븐이) 기름진 음식 투성이에 어두워지면 가고 싶지 않은 곳이지만, 일본에서 세븐일레븐은 일본 생활의 주요 요소”라고 평가했다.

세븐앤아이홀딩스의 시장 가치는 약 380억 달러(약 50조7148억 원)로 평가된다. 프랑스어로 ‘야행성 동물을 위한 용품’이라는 뜻을 가진 쿠쉬타르는 1980년 퀘벡에서 시작해 현대 31개국에 1만7000개의 편의점 ‘서클K’를 운영한다. 전 세계로 따지면 세븐일레븐(8만5000개)보다 매장 수가 적다. 하지만 시장가치는 세븐일레븐(380억 달러)보다 쿠쉬타르(575억 달러·약 76조7395억 원)가 높다.

이처럼 세븐앤아이홀딩스의 시장 가치가 저평가된 것은 우선 대형마트, 백화점 사업 부진 등 내부적인 이유 때문이다. 세븐앤아이홀딩스는 세븐일레븐은 물론 대형마트, 금융서비스, 임산부 및 아동용품 체인점 등을 운영했다. 하지만 일련의 사업이 부진을 겪자 투자자들은 2022년 세븐앤아이홀딩스가 편의점 사업에 집중하도록 압력을 가했고, 그해 말 백화점 사업부를 미국 투자펀드에 매각했으나, 주가 반등에는 실패했다. 쿠쉬타르의 인수 제안 발표 직전인 16일 주가를 기준으로 보면 2021년 여름보다 1.7% 상승하는 데 그친다.

여기다 엔저도 영향을 줬다. 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의 가치가 낮아졌고, 해외 기업이 일본 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장이 열렸다. 존스홉킨스대 마케팅학 교수인 미츠쿠니 니시다는 WP에 “이 정보의 시장 가치를 가진 일본 기업이 외국 기업에 인수되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최근 몇 년 동안 달러에 대한 엔화의 평가절하 때문에 이런 인수 제안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쿠쉬타르가 세븐일레븐을 인수하려는 목적은 미국에서 1위 편의점이 되기 위해서다. UBS에 따르면 세븐일레븐의 미국 편의점 점유율은 8.4%로 1위다. 닛케이는 “쿠쉬타르는 각국의 운영과 문화에 맞춰왔음을 강조해 일본의 세븐일레븐 운영을 뒤흔들지 않을 것이라는 안심을 주면서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